"턱 아픈줄 알았는데 암?"…MRI로 찾은 악성종양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5>MRI]①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국내 첫 전용 MRI 도입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서 도입한 3.0T MRI/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초등학생 A군(9)은 턱에 심한 통증을 느껴 아빠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를 촬영했다. 해당 병원에선 CT 영상에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2주 후 치과대학병원에서 다시 영상판독을 한 결과 혈액암이었다. 혈액암은 2주라도 진단이 늦어지면 생존율이 떨어진다. 영상판독 전문의는 “MRI(자기공명영상)였다면 턱뼈에서 골수조직이 변한 걸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그 환아는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14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턱관절 환자는 39만여명에 달한다. 턱의 통증으로 치과를 찾은 이들 중에는 A군이나 B씨처럼 파노라마 또는 CT 영상으로는 원인을 찾을 수 없어 MRI 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서울대 치과병원의 경우 MRI 진단이 필요한 환자는 연간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동안 치과대학병원에 장비가 없다 보니 바로 MRI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 환자들은 다른 대형병원 영상의학과를 찾아 MRI를 촬영하고 영상을 CD(콤팩트디스크)에 담아 다시 치과대학병원에 내원해 진단받는 식이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영상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 조기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울러 턱, 얼굴, 입안 부위에 특화되지 않은 MRI 촬영법 및 부적절한 판독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국내 치과대학병원에 MRI가 도입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연세대학교가 지난 1월30일 처음으로 치과대학병원 전용 MRI를 도입했다. 서울대 치과병원은 가장 먼저 추진하고도 내부 사정으로 현재 보류된 상태다. 국내 치과대학병원에 MRI 도입이 이토록 늦어진 건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만 MRI를 설치할 수 있는 법규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3년 전인 2016년 1월에야 치과대학병원도 MRI를 도입할 수 있게 관련 법규를 개정했다.
김기덕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 병원장은 최상의 정밀도를 갖춘 3.0T MRI를 도입한 게 응급질환 조기진단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최근 증가 추세인 구강암과 턱 디스크 증세뿐 아니라 증상만으로는 턱관절 질환으로 잘못 진단할 수 있는 악골 악성종양 등을 조기진단하는 데 꼭 필요하다”며 “특히 턱관절 디스크 진단에 MRI 영상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또 MRI 정식 가동에 앞서 턱관절에 약간의 문제를 느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촬영테스트에서 MRI 장비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턱관절 디스크의 변이가 심한 사람이 2명이나 발견돼 놀랐다”며 “이들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기능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구강암, 턱관절 질환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턱관절 환자의 경우 2013년 32만1403명에서 2017년 39만2984명으로 4년간 22% 증가했다.
김 병원장은 “이번 MRI 도입으로 환자들의 진료 편의성 제고는 물론 정확하면서도 빠른 진단이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구강악안면 질환에 특화된 MRI 연구로 세계치과계 영상진단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경 기자
"구강암, MRI로 찍어야 조기 진단 가능"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5>MRI]②허경회 서울대 서울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 허경회 서울대 영상치의학과 교수/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허경회 서울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MRI 판독으로 암을 조기 발견한 사례를 들며 “A씨처럼 연조직에서 발생한 병소는 MRI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혀에 종양이 발생한 환자의 영상판독 사례는 충격적이다. 허 교수는 “23세 환자의 경우 목젖이 있는 쪽으로 혀가 부은 느낌이 있어 내원했는데 통증도 없고 맨눈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없었으나 영상판독 결과 혀 전체에 종양이 퍼져 있었다”며 “안타깝지만 혀 전체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였다”고 말했다. 또 66세 환자는 혀의 오른쪽 부위에 병소가 있어 6.41㎜를 절단해야 했다. 허 교수는 “MRI에서는 이같이 병소의 크기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가 하루에 판독하는 영상은 CT(컴퓨터단층촬영) 60~70명, MRI 5~10명이다. 허 교수는 “판독하는 MRI 중 턱관절 환자가 50%, 암 환자가 50% 정도인데 이중 턱관절이 불편해 MRI를 찍었다가 A씨처럼 암을 발견하거나 다른 병소를 발견하는 경우가 1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치과에서는 주로 방사선 촬영인 파노라마와 CT를 찍는데 치아와 턱뼈 등 경조직 질환 진단에 쓰인다. 하지만 구강암의 80~90%는 구강점막, 혀 등 연조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파노라마로는 확인이 쉽지 않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구강암은 전체 암의 1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다.
그는 “구강암 등 병소가 뼈를 파괴할 정도로 악화하면 방사선 영상에서도 관찰되지만 그때는 이미 턱뼈 등 병든 부위를 모두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속 염증이나 혈액암 등 시급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 MRI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허 교수는 “신경치료, 임플란트 등 치과수술에서 세균에 감염돼 봉와직염 등 급속 염증이 발생한 경우 구강과 인접한 뇌나 심장에 파급될 수 있는 염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MRI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혈액암은 초기에 혈액검사로도 진단이 힘든 경우가 종종 있는데 MRI로 골수조직의 변화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턱관절이 불편해서 온 45세 환자(A씨)의 3가지 영상. 파노라마(위)와 CT(아래 왼쪽)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임파절이 MRI(아래 오른쪽) 영상의 왼쪽(화살표)에 나타났다./사진제공=서울대치과병원
부주의시 사망까지?…MRI검사 이것만은 꼭!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5>MRI]③MRI검사시 주의사항…틀니·임플란트 했다면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서 도입한 3.0T MRI/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다만 검사 시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므로 신체에 자성체를 삽입했거나 지녔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장치가 망가질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다.
◇건강에 치명적…사망위험까지=심혈관계 수술 후 몸속에 의료기구를 삽입한 환자의 경우 MRI 검사 전 의사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생명유지에 핵심 역할을 하는 장치들이 강력한 자기장으로 손상돼 작동을 멈추거나 오작동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치는 인공심장박동기나 뇌동맥류 클립이다. 인공심장박동기는 심장이 스스로 피를 순환시키지 못하는 부정맥 환자에게 삽입하는 의료기기다. 강한 자기장의 영향으로 심장박동기가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는 MRI 검사를 해선 안된다.
강한 자성체로 만들어진 뇌동맥류 클립도 MRI 검사 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강한 자기장이 클립의 움직임을 유발해 출혈은 물론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최근 자기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자성체) 티타늄 소재로 만들어진 클립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비자성체인지 확인해야 한다.
◇고장·오작동…제거해야 할 것들은?=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더라도 MRI 검사 시 신체에 삽입된 장치들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망가질 수 있다.
보청기, 의수·의족 등 보조기, 틀니·임플란트·교정장치, 성형수술에 따른 금속류 삽입 등이 대표적이다. 보청기는 강한 자기장에 의해 고장날 수 있어 검사 전 제거해야 한다. 의수·의족도 일부 부위에 금속이 사용됐을 수 있어 제거하는 것이 좋다.
MRI 자기장의 영향으로 몸에서 이탈하거나 장치에 끌려갈 수 있어서다. 입안에 삽입한 장치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임플란트 시술이나 틀니 고정을 위해 금속을 사용했다면 구강 내 장치가 반응하면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금기는 아니나 주의해야=임신부는 MRI의 영향에 대해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설정돼 있지 않다. 아직 학계에서도 논쟁이 이뤄지는 만큼 임신 초기 3개월 이내일 경우 가급적 검사를 피하는 것이 좋다.
폐소공포증 환자나 소아의 경우에도 심리적 이유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 후 진행해야 한다.
고석용 기자
"평소 엎드려 잔다면, 턱관절 조심"…악습관 8가지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5>MRI]④턱관절 질환은 생활습관병
권정승 연세대 구강내과 교수는 "턱에서 소리가 나거나 입이 안 벌어지는 증상이 있다면 턱관절 질환"이라며 "20~4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생활습관병"이라고 밝혔다.
턱관절에 좋지 않은 대표적인 악습관은 △이갈이 △이 악물기 △껌 오래 씹기 △턱 괴기 △엎드려 자기 등이다. 이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컴퓨터를 오래 하거나 △공부할 때 자세가 좋지 않으면 턱관절 주변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져 턱관절 질환의 원인이 된다.
권 교수는 "딱, 뚝, 우두둑 등 관절 꺽는 듯한 소리는 주로 턱 디스크(물렁뼈)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같이 갈리는 소리는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등에 의한 뼈의 변화로 인해 생긴다"고 덧붙였다.
소리만 나고 통증이나 입이 안 벌어지는 증상이 없다면 대부분 괜찮지만 일부는 뼈의 변화 또는 디스크의 파열로 주변 조직의 문제를 일으키거나 종양, 연골화 등 다른 질환에 의해 소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한번쯤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게 권 교수의 조언이다. 특히 성장기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소리만 나는 경우에도 뼈의 변화가 나타나거나 아래턱뼈 성장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통증이나 입이 안 벌어지는 증상이 있다면 심하지 않아도 방치하면 안된다. 권 교수는 "방치할수록 치료가 어려워진다"며 "최근 생긴 증상이라면 가까운 구강내과 진료 의료기관(www.kaom.org/info/search.html)의 턱관절 전문가에게 진찰을 받고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