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불로장생과 노인 부양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2019.02.1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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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불로장생과 노인 부양


2013년 구글이 ‘인간 500세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설립한 바이오기업 칼리코가 발표한 연구결과가 화제였다. 30여년 간 벌거숭이 두더지쥐 3329마리 사육기록을 연구한 결과 죽을 때까지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다른 쥐들과 비교해 수명이 5~10배나 길어 30여년을 생존했다. 인간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암에도 걸리지 않고 무병으로 약 800년을 사는 셈이다. 아직까지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사망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벌거숭이 두더지쥐 연구가 인간의 노화를 늦추는데 적용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칼리코에선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2001년 인간노화를 연구하는 아이다호대학 스티븐 오스타드 교수와 일리노이대학 제이 올샨스키 교수의 내기는 최근에도 자주 회자된다. 오스타드 교수는 150세, 올샨스키 교수는 130세까지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논쟁을 벌였다. 결국 두 사람은 150달러씩 각출해 300달러 신탁예금에 가입하고 정기납입과 이자로 2150년 승자가 밝혀지면 승자의 후손이 5억달러를 가져가는 내기를 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장이 지명한 3명의 과학자가 2150년 1월1일 승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거액을 들여 기약 없는 부활을 꿈꾸는 냉동인간을 선택한 사람들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생명연장과 무병장수는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의 끊임없는 연구 주제이자 중요한 비즈니스 대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대수명이 150세, 500세가 되는 시점에 대한 연구와 기대보다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 더 걱정이다. 만30세를 기준으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서 제시한 우리나라 노인부양비를 살펴보면 청소년 세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노년부양비는 노인 1명을 생산가능인구 몇 명이 부양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이른바 산업화 세대로 불리며 경제발전의 중추역할을 담당한 1940년생이 만30세였던 1971년 노년부양비는 17.5명이었다. 이들의 자녀세대로 X세대의 일원인 1970년생이 만30세가 된 2001년은 9.5명, Z세대 혹은 모바일 네이티브로 불리는 2000년생이 만30세가 되는 2031년에는 무려 2.5명이다. 결국 2037년 노인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 1명대에 진입하고 2060년에는 1.2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생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세대보다 2.5배, 조부모세대보다 7배나 노인부양을 위한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생산가능인구의 중추인 청년문제는 갈수록 해결이 쉽지 않아 삶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제활동이 필요한 노인들과 갈등이 예상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무병장수에 대한 희망보다 나이를 먹을수록 후세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커진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의 미래도 더 늦게 전에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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