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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PA 등 경협 빗장으로 김정은 '돌아갈 길' 막는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최경민 기자, 오상헌 기자, 김성휘 기자 2019.02.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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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포스트 하노이]3통+4대경협합의 업그레이드…김정은 1순위도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돌이킬 수 없는 北 비핵화…CEPA 등 경협으로 못박는다1-① 경헙제도 개선 검토…궁극적 경제통합 추진

북핵 협상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으로 나아간다. 비가역성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화두다. 우리의 역할은 분명하다. 여건만 갖춰지면 남북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추진 등 '경제 빗장'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아갈 수 있는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북측과의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의 보완 △4대 경협합의서(투자보장, 청산결제업무, 남북상사중재위 구성·운영, 이중과세방지)의 개선을 구상 및 검토하고 있다.



3통을 통해 개성공단 등에 남측 직원들의 출입(통행)을 자유롭게 하고 전화·팩스·인터넷(통신) 및 제품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반입(통관) 제한을 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경협·교역 보험제도, 경영정상화 지원 제도 등의 확충도 언급된다.

4대 경협합의서를 바탕으로는 실질적 투자보장, 상사분쟁 해결절차 마련, 출입체류합의서 보완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투자 보호 등을 강화해 남북 간 경협 제도를 보다 촘촘하게 만들기 위한 취지다.

'3통' 및 4대 경협합의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은 남북 CEPA 추진이다. 남북 CEPA는 인도와 체결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과는 다른 것으로, 낮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개념이다. 남북 간 '상품'에 치우친 경협을 노동·자본·서비스 분야로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CEPA를 북측과 논의·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북측과 경제적 평화체제를 구축해 항구적 평화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북한과 내부거래 방식의 FTA를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경제를 매개로 북측이 다시 핵무기를 앞세운 '안보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게 만들기 위한 수다. CEPA에는 협상에 따라 우리 측 기업이 북측의 실제 수요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우리 측 기업이 인사·노무관리 권한을 가지게끔 하는 것도 가능하다. 낮은 수준의 FTA를 시작으로 경제적 통합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하노이 합의문'의 수준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린다. 경협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것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는 않으나, 정부는 일단 미국 측과 협상의 속도를 맞춰간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협 제도개선을 향후 들여다 봐야 할 것이지만, 일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본 뒤 그 방향성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측의 영변 핵 시설 폐기, 미국 측의 종전선언 보장, 그리고 북미 사이의 비핵화-상응조치 타임테이블 마련 등의 결과가 언급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패러다임 체인지'를 선언한 것에 이어 이번에 하노이에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그 상황을 경협으로 공고화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3~4월에 곧바로 이어질 서울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경협 제도개선 논의가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의 '선(先) 서울 답방-후(後) 북미 정상회담' 프로세스를 거부했는데, 이 때 경호 문제 외에도 구체적인 '경협' 성과가 빠진 테이블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관계개선을 우선 앞세워 남북 경협 확대의 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남과 북은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를 넘어, 평화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평화경제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며 경협을 통한 평화의 공고화를 예고했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낸다면 남북 간 테이블에 구체적인 경협 의제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EPA 등 경협 빗장으로 김정은 '돌아갈 길' 막는다




센토사 '4개기둥' 쌓은 트럼프-김정은, 하노이서 '비핵화 구조물' 채운다

1-② 260일만에 베트남서 2차회담...합의문 구체·실질 성과주목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의 4개 합의안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영구적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 발굴 송환이다. 이른바 '센토사 합의'의 4개 기둥(four pillars)이다. 1차 회담은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의 신호탄을 쏜 역사적 만남이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포괄적·선언적·총론적 차원의 합의에 그쳐 구체적·실질적·각론적 결과물을 담지 못 했다는 점에서다.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도 미지근했다. 핵 폐기·검증과 대북제재 완화 등의 '비핵화-상응 조치' 방안과 선후 관계를 둘러싼 이견 탓이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동시 행동' 요구와 미국의 '패키지 딜'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후속 협상도 열리지 못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센토사섬에서 하노이로 오는 데 260일(8개월 남짓)이란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센토사 합의에서 북미가 쌓은 4개의 기둥을 토대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구조물을 촘촘이 채워넣어야 하는 '세기의 담판'이다.

'하노이 합의'의 공란을 채우고 디테일을 조율하는 실무협상엔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카운터파트로 나섰다. 지난 6~8일 평양에서 2박3일간 실무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다음주 하노이에서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구체안을 두고 본협상에 나선다. '실무협상 논의 결과와 잠정 합의 내용에 따라 2차 회담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전망엔 기대섞인 낙관론과 의혹의 비관론이 교차한다. 북미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해 2차 회담이 성사된 만큼 성과물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있다. '선(先)비핵화-후(後)제재완화'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의 입장은 '동시적·병행적' 접근으로 유연하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경제 로켓'이 될 것"이라며 비핵화 결단 시 상당한 수준의 경제 보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해 9월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에 이어 같은 해 10월 '영변 이외(beyond Yongbyon)' 핵 폐기까지 직접 거론했다고 한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미국의 상응조치로 거론되는 일부 대북제재 해제가 맞물릴 경우 진일보한 진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핵동결이나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량살상무기(WMD) 반출 수준에서 합의하는 '스몰딜'에 그칠 수 있다는 염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하노이 합의문'에는 북한의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의 로드맵과, 거기에 상응하는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 등의 보상안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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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북미, 필요한건 "네버 고 백"…환불은 없다

1-③ 협상의 비가역성 확인이 숙제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을 가를 키워드는 '비가역성(불가역성)'이다. 북미관계와 비핵화는 물론, 남북관계까지 과거의 적대관계로 돌아가지 않게 '네버 고 백(Never Go Back)'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비핵화와 상응조치는 레토릭을 넘어 구체적 딜(deal)로 북미 하노이 선언에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가역성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서 I(Irreversible)에 해당한다. CVID는 FFVD(최종적, 완전 검증된 비핵화)에게 비핵화 용어 자리를 내줬지만 협상 전반에 비가역성이란 키워드는 뚜렷이 남겼다.

마음대로 환불, 취소할 수 있는 계약이라면 구속력이 떨어지고 믿을 수도 없다. 지난 25년간 북핵 협상이 그랬다. 연이은 비핵화 협상의 실패로 북미, 또 남북간에도 상호 불신이 가득했고 이에 협상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정성이 강했다.

이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비가역성이 강조된 배경이다. 흔히 북미관계, 비핵화에 대해 입구는 찾았다고 본다.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미국 정계는 대북협상에 대한 극심한 회의론을 드러낸다. 문은 언제고 닫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싱가포르 센토사 북미 회담이 서로 "대화는 해볼 만하다"는 상호인정에 그쳤다면 하노이 담판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 구축으로 가야 한다.

'어떻게' 라는 방법이 문제다. 북미는 여기서 막혀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확실한 상응조치가 요구된다.

우선 북한은 핵동결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추가 핵실험은 하지 않더라도 이미 만들어 놓은 무기와 물질, 기술과 시설, 인력 등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남아있다. 이른바 미래의 핵, 과거의 핵 구분이 이 지점이다. 협상은 필연적으로 핵신고 및 반출, 경협을 위한 제재 해제 등 보다 본질적인 쟁점으로 이어진다. 신뢰가 없으면 테이블에 올리기조차 불가능한 이슈들이다.

미국도 일정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있는 만큼 단계별 상응조치를 진정성 있게 내놔야 한다. 일례로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정도는 설득카드로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미국으로서는 동결과 일부 폐기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락사무소는 상응조치가 아니다. 부수적인 것"이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합의 후, 구체적 내용이 지적 받자 "(비핵화가) 20% 수준에 도달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2일 청와대에서 영국 BBC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천해 나가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UN의 제재들이 완화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순방 때 1호기 기내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20%가 될지 30%가 될지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그때의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CEPA 등 경협 빗장으로 김정은 '돌아갈 길' 막는다


김정은은 왜 '핵담판'에 응했나…北의 '돌이킬 수 없는' 시장화

1-④"비핵화 나선 北…김정은 1순위는 체제안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담보로 얻으려는 1순위는 '체제안정'이란 진단이 나온다. 북한의 시장과 사유화현상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고, 체제유지를 위해 개혁·개방에 착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이유다.

하지만 가속화한 시장화로 개방이 빨라질수록 체제는 불안해진다. '김정은의 딜레마'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김 위원장이 원한 게 미국과 '딜'로 얻을 수 있는 '체제안정' 보장이란 해석이다.

◇시장 흔들면 체제도 흔들…北 경제 딜레마 = 북한의 시장화는 1990년대초 탈냉전으로 거슬러가야 한다. ‘후견자’ 구소련에 의지했던 무역 시스템이 무너지자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다. 북한 경제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9년 연속 역성장했다.

배급 능력을 상실하며 국가 주도의 생산·분배 시스템도 무너졌다. 이 무너진 계획경제의 빈자리를 시장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며 채웠다. 장마당(농민시장)이 1990년대 중반 급속히 확대됐고 북한 주민들의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다.

시장화는 정보 유통을 수반한다. 자연스레 체제 불안도 키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기인 200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당국은 개인 곡물 거래를 금지하는 등 시장화를 막는 정책으로 응대했다.

약화된 국가의 경제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2009년 화폐개혁 등도 단행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조치들은 경제적 혼란을 부추겨 시장화를 오히려 가속하고 국가의 영향력을 줄인다.

화폐개혁으로 북한 노동자의 명목임금은 100배 인상됐지만 공급 확대가 따라주지 않아 물가가 폭등했다. 화폐가치가 100분의 1로 쪼그라들자 상인들은 공급을 줄인다. 결국 북한은 화폐개혁 후 시장을 암묵적으로 허용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이 진행되던 2012년 집권했다. 그는 김정일 시대와 다르게 시장화를 용인하는 조치들을 단행한다. 북한 주민 대부분 생계가 달린 시장을 막는 게 체제 존속에 악재라는 걸 인식한 데서 나온 대처법으로 파악된다.

실제 김정은 시대의 관리방법은 북한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400만톤대로 여전히 '부족' 수준이나 시장 거래로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완충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제재 여파 가시화…'北 경제 아직은 평온하지만' = 여기에 북한 당국도 예산 확보를 위해 시장을 이용해야 하는 유인이 생겼다. 북한의 시장화로 '붉은 자본가' 돈주가 등장했고 이들은 서로를 '활용'했다. 시장은 더 커졌다. 생산수단 사유화 조짐마저 보인다.

그러다 대북제재가 강화되며 제동이 걸린다. 유엔 제재는 2016년 부터 북한 경제 전반을 봉쇄하기 시작했고 2017년 하반기 유엔 제재는 거의 대부분의 물자가 북한에 들어가는 걸 차단했다.

북한 경제가 제재 속에서도 수년간 물가 등의 측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이 보이자 제재에 내성이 생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재 효과 회의론이다.

그러나 최근 지표들은 북한 경제가 제재 속에서 마냥 버티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중국 통계청(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액, 수입액은 각각 88%, 33% 줄었다. 수출이 급감하며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다.

무역적자가 누적되며 외환보유고는 고갈되고 있고 수출이 둔화하면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유동성도 마르고 있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북한이 버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최소 약 2년 치에서 최대 5년치 정도로 추정된다.

북한에 수출하는 중국 기업 일부에선 제재 품목이 아닌 소비재 신규 주문이 줄었다고도 한다. 이는 수요가 줄었다는 신호로 경기 침체의 전조다. 이런 신호들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함으로 이어진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의 통제와 시장의 완충으로 아직은 충격이 흡수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나 외환보유고와 유동성 고갈 흐름이 누적되면 지금 같은 안정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EPA 등 경협 빗장으로 김정은 '돌아갈 길' 막는다


'휴대폰도 화장품도 100% 시장에서'…김정은 시대 北 경제는

1-⑤ 대중 무역 +시장 수용 정책으로 소비재 시장 급성장




북한의 시장화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기 들어 빨라졌다. 2000년대 후반 가파르게 성장했던 대중무역과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시장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2000년대 말부터 북한의 대중교역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무렵 중국의 대북 무연탄 수입이 늘었고 2010년 '5.24 조치'로 한국과의 교역이 막히면서 대신 중국과 교역이 급증했다.

특히 당·군이 무연탄 수출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며 시장이 확대됐다. 기존 체제의 족쇄를 넘는 힘을 가진 당과 군은 중앙정부에서 쿼터를 받아 생산·수출을 할 수 있었다.

생산능력이 없던 당·군이 수출을 위해 시장의 돈주. 상인, 노동자와 손을 잡은 상황도 시장을 키웠다.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며 소비가 증가했고 수요가 늘자 대중 소비재 수입이 더 늘어나는 순환이 생겼다.

중국산 제품이 '저가'라는 부정적 인식이 생기면서 북한산 선호가 높아지자 중국에서 설비와 재료를 수입해 북한산 소비재 생산까지 증가했다. 시중 외화 흡수를 위해 당국이 의도적으로 북한산 고급 소비재 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엔 정책적으로도 시장화를 수용했다. 본격적으로 제도를 고쳐 국영기업이 시장에 물건을 내다파는 걸 합법화했다. 2014년 5월30일에 발표한 이른바 '5.30조치’가 이 제도의 완성판이다.

이 제도에 따라 기업이 무엇을 만들어 어떤 가격으로 어디에 팔지는 문제가 거의 안 된다. 바뀐 제도 하에서 정부 기여도가 0%면 처분 권한은 100% 기업이 갖는데 소비재 생산 주체는 거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식량 외 소비재는 다 시장에서 거래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휴대폰 거래다. 북한 주민 거의 대부분이 자유롭게 휴대폰을 살 수 있다. 스마트폰, 피처폰 등 보급량만 수백만대다.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설비를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처분 권한이 배분돼서다. 완전하진 않으나 기업에 일정 부분 통제권을 준다. 사실상 '생산수단 사유화'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다만 자본재는 대부분 당국이 처분한다. 시장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생산요소 투입을 국가가 담당해서다. 예컨대 김책제철소가 철을 만들 때 투입하는 철강석, 전력 등은 국가가 대부분 공급해 처분 권한도 국가가 갖는다.

소비재 거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은 북한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2000년대 후반 이후 급속히 구축됐던 '시장화→북한 산업성장' 선순환은 2016년 대북제재 강화로 끊어졌다.

설비투자에 필요한 품목 수입은 물론, 섬유류 등 주요 수출품의 수출 자체가 막혔다. 북한의 의류 가공무역이 급성장 추세였기 때문에 제재가 없었다면 의류는 무연탄을 제치고 북한 최대 수출품이 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으로선 경제적 도약의 기회를 잃은 셈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2일(싱가포르 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채택을 1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8.6.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2일(싱가포르 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채택을 1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8.6.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재에 갇힌 北…'포스트 하노이' 북한 경제는

1-⑥ 당분간 '자력갱생' 집중…제재완화 없어도 북미관계 개선 '호재
'

오는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북한은 당분간 대북제재 속에서 경제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 북한은 실용주의를 유지하며 내부자원 극대화와 '버티기'에 집중하리란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예년보다 강도 높게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미국과의 핵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제재 국면에 부합한 관리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해석된다.

특히 기업 이윤을 극대화해 국가에 기여하도록 하는 '자력갱생'이 강조될 수 있다. 기업에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시스템뿐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것.

김정은 집권기 북한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를 도모하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제도적으로는 가다듬었다. 그러나 북한 관료, 기업의 이해도가 낮아 운용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시에 김정은 집권기 경제정책의 특징인 '실용주의' 경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에서 새 목표 보다 삼지연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 등 ‘할 수 있는 것부터 끝내자’고 제시한 것도 이런 방향을 시사한다.

김정은 시대 경제정책은 중화학공업 등 실현 불가능한 대규모 사업 보다 상대적으로 단기 성과가 나는 경공업, 건설 등에 집중됐고 이 분야도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대로 했다. 평양 여명거리 등이 이런 식으로 완공된 예다.

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르게 실용적인 전략을 택한 건 부친에 비해 약한 정치적 입지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무리한 사업을 추진했다가 내부의 반발을 부를 수 있어 애초에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인 목표를 세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데 주력하며 핵문제가 풀릴 때까지 버티자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을 목표로 한 '북한경제발전 5개년 전략' 완성도 전력량 역대 최대 생산량 회복, 삼지연 등 건설사업 완료와 농업, 과학기술 등 일부 분야에서의 성과만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달 말 제2차 북미정상회담 후 제재완화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거나 사실상 뚜렷한 제재완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한 경제엔 호재가 되리란 관측이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우선 북한 내 심리가 풀린다. 또 중국의 북한 국경 통제가 완화돼 북중 밀무역이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 북한 경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밀무역 증가는 유동성을 늘려 긍정적인 흐름을 강화할 수 있다.


여기에 가장 최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2397호)만 완화돼도 북한이 에너지, 외화 부족 문제에서 어느 정도 현상 유지는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유엔 회원국 내 소득이 있는 북한 노동자 전원을 24개월내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한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 외화벌이에 숨통이 트이게 되고, 정제유·원유 대북 수출 규제가 완화되며 에너지난도 일부 해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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