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남양유업, 기업가치 택했다지만…투자 없는 현금부자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9.02.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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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의 두 얼굴-친시장인가 친오너인가]④지난해 사내유보금 9200억원 중 30%는 현금성 자산…5년간 신규설비 800억 뿐 설비 투자도 지지부진

편집자주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발 배당논쟁이 뜨겁다. 배당은 주식(株式, Share)의 어원이 될 정도로 증시의 기본 전제이자 기업과 주주들의 첨예한 대립을 촉발하는 뜨거운 감자가 된다. 배당의 근원적 문제를 기업과 시장의 시각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MT리포트]남양유업, 기업가치 택했다지만…투자 없는 현금부자


배당 확대보다는 사내유보금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남양유업 (498,000원 ▼2,000 -0.40%)의 최근 투자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신규 설비 투자는 800억원에 그쳤다. 특히 사내유보금 가운데 30% 이상을 현금성 자산이 차지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보금을 재투자에 사용하기 보단 현금으로 쌓아 놓은 셈이다.

12일 남양유업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남양유업의 사내유보금은 이익잉여금 등 92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00억원은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 자산이며 나머지는 설비투자, R&D(연구개발), 설비수선비 등 유형자산에 속해 있다. 현금성 자산 비중이 30%가 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유보금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은 8~10%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에 대해 "배당을 확대하기 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유보금을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저배당 기조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

최근 신규 설비 투자 활동은 소극적이다. 지난 2014년 세종공장 분유 설비를 신축하는데 500억원, 지난해 남양에프엔비 설비에 270억원을 투자한 데 그쳤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투자 활동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2013년~2014년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 2013년 174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 2014년 적자규모가 260억원으로 확대됐다. 2015년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불매운동의 여파가 지속되며 그 이후 매출 1조1000억원~1조2000억원 사이로 정체 상황이다.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으로 중국 분유 매출마저 줄어들며 영업이익이 87% 감소하며 49억원에 그치는 등 실적이 되려 악화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차입금 없이 내부 자금으로만 투자를 집행하다 보니 투자 규모가 적어보일 수도 있지만 기업 신용도 상승,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등을 위한 IR(기업설명) 활동도 인색하다. 기업설명회는 물론이고 IR 담당 부서없이 회계팀 직원 한명이 IR 업무를 겸임하고 있는 수준이다. 주가도 바닥이다. 이날 남양유업의 종가는 62만5000원으로 전일대비 1.7% 하락했다. 지난 2013년 117만5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실적 부진과 낮은 배당 등으로 점차 하락해 60만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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