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지난해 6월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업무오찬을 한 뒤 산책하고 있다. 2018.06.12.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email protected]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북측과의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의 보완 △4대 경협합의서(투자보장, 청산결제업무, 남북상사중재위 구성·운영, 이중과세방지)의 개선을 구상 및 검토하고 있다.
4대 경협합의서를 바탕으로는 실질적 투자보장, 상사분쟁 해결절차 마련, 출입체류합의서 보완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투자 보호 등을 강화해 남북 간 경협 제도를 보다 촘촘하게 만들기 위한 취지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CEPA를 북측과 논의·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북측과 경제적 평화체제를 구축해 항구적 평화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북한과 내부거래 방식의 FTA를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경제를 매개로 북측이 다시 핵무기를 앞세운 '안보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게 만들기 위한 수다. CEPA에는 협상에 따라 우리 측 기업이 북측의 실제 수요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우리 측 기업이 인사·노무관리 권한을 가지게끔 하는 것도 가능하다. 낮은 수준의 FTA를 시작으로 경제적 통합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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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합의문'의 수준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린다. 경협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것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는 않으나, 정부는 일단 미국 측과 협상의 속도를 맞춰간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협 제도개선을 향후 들여다 봐야 할 것이지만, 일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본 뒤 그 방향성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측의 영변 핵 시설 폐기, 미국 측의 종전선언 보장, 그리고 북미 사이의 비핵화-상응조치 타임테이블 마련 등의 결과가 언급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패러다임 체인지'를 선언한 것에 이어 이번에 하노이에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그 상황을 경협으로 공고화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3~4월에 곧바로 이어질 서울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경협 제도개선 논의가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의 '선(先) 서울 답방-후(後) 북미 정상회담' 프로세스를 거부했는데, 이 때 경호 문제 외에도 구체적인 '경협' 성과가 빠진 테이블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관계개선을 우선 앞세워 남북 경협 확대의 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남과 북은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를 넘어, 평화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평화경제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며 경협을 통한 평화의 공고화를 예고했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낸다면 남북 간 테이블에 구체적인 경협 의제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