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北 비핵화…CEPA 등 경협으로 못박는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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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1-① 경헙제도 개선 검토…궁극적 경제통합 추진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정상회담에서 '패러다임 체인지'에 합의했던 북미 정상은 2차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선언'에 나선다. 선언이 비핵화와 평화의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제시한다면 보다 중요한 것은 그 후(post)이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하노이 북미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문재인 프로세스'의 성과를 짚고, 회담 결과를 전망해 '포스트 하노이'를 제시한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6월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업무오찬을 한 뒤 산책하고 있다. 2018.06.12.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해 6월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업무오찬을 한 뒤 산책하고 있다. 2018.06.12.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email protected]


북핵 협상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으로 나아간다. 비가역성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화두다. 우리의 역할은 분명하다. 여건만 갖춰지면 남북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추진 등 '경제 빗장'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아갈 수 있는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북측과의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의 보완 △4대 경협합의서(투자보장, 청산결제업무, 남북상사중재위 구성·운영, 이중과세방지)의 개선을 구상 및 검토하고 있다.



3통을 통해 개성공단 등에 남측 직원들의 출입(통행)을 자유롭게 하고 전화·팩스·인터넷(통신) 및 제품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반입(통관) 제한을 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경협·교역 보험제도, 경영정상화 지원 제도 등의 확충도 언급된다.

4대 경협합의서를 바탕으로는 실질적 투자보장, 상사분쟁 해결절차 마련, 출입체류합의서 보완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투자 보호 등을 강화해 남북 간 경협 제도를 보다 촘촘하게 만들기 위한 취지다.



'3통' 및 4대 경협합의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은 남북 CEPA 추진이다. 남북 CEPA는 인도와 체결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과는 다른 것으로, 낮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개념이다. 남북 간 '상품'에 치우친 경협을 노동·자본·서비스 분야로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CEPA를 북측과 논의·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북측과 경제적 평화체제를 구축해 항구적 평화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북한과 내부거래 방식의 FTA를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경제를 매개로 북측이 다시 핵무기를 앞세운 '안보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게 만들기 위한 수다. CEPA에는 협상에 따라 우리 측 기업이 북측의 실제 수요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우리 측 기업이 인사·노무관리 권한을 가지게끔 하는 것도 가능하다. 낮은 수준의 FTA를 시작으로 경제적 통합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하노이 합의문'의 수준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린다. 경협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것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는 않으나, 정부는 일단 미국 측과 협상의 속도를 맞춰간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협 제도개선을 향후 들여다 봐야 할 것이지만, 일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본 뒤 그 방향성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측의 영변 핵 시설 폐기, 미국 측의 종전선언 보장, 그리고 북미 사이의 비핵화-상응조치 타임테이블 마련 등의 결과가 언급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패러다임 체인지'를 선언한 것에 이어 이번에 하노이에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그 상황을 경협으로 공고화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3~4월에 곧바로 이어질 서울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경협 제도개선 논의가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의 '선(先) 서울 답방-후(後) 북미 정상회담' 프로세스를 거부했는데, 이 때 경호 문제 외에도 구체적인 '경협' 성과가 빠진 테이블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관계개선을 우선 앞세워 남북 경협 확대의 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남과 북은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를 넘어, 평화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평화경제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며 경협을 통한 평화의 공고화를 예고했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낸다면 남북 간 테이블에 구체적인 경협 의제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승현 기자/그래픽=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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