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머렐' 매장을 운영하는 두 아이 아빠 A씨는 저축은행에서 받은 문자 한통에 주저앉았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오후 7시에 접한 소식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 본사 직원 모두 퇴근한터라 사태 파악도 안 됐다. A씨는 "번 만큼 빚이 돼서 돌아왔다"며 "아무런 낌새가 없었는데 뒤통수를 망치로 맞았다"고 했다.
220명의 대리점주들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대 돈을 토해내야 한다. 4개월분에 해당하는 돈을 2월부터 다달이 내는데 한달에 많게는 3000만~4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대리점주는 본사의 방침대로 일을 하고 수수료를 받지만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주변의 도움으로 갚거나 개인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화승 관계자는 "대주주 KDB산업은행과도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이라며 "대리점주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면 회사로서도 타격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결국엔 또다른 빚"이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4개월간 열심히 일해 빚을 번 꼴"이라고 꼬집었다.
최악의 상황을 막지 못한 화승에 고의성을 따져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케이스위스'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올해 봄부터 차은우를 모델로 기용한다는 등의 소식을 듣고 본사 사정이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11월치 수수료는 현금으로 주길래 이제 방침이 바뀌나보다 했는데 부도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또다른 대리점주는 "저축은행 문자 한통으로 상황을 알게 된 것도 황당한데 당일 본사 직원을 모두 오전에 퇴근시킨 것은 너무하다"며 "본사 직원들도 상황을 모르기는 우리와 마찬가지여서 모두가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화승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다음날인 이달 1일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이달 안에 결정된다. 화승이 대리점주와 납품업체에 5개월치 어음을 발행한 금액은 1000억원가량으로 파악된다. 화승은 자체 브랜드 르까프와 수입 브랜드 머렐·케이스위스 매장 모두 600곳을 운영하고 있다. 가두점이 380곳, 백화점과 쇼핑몰, 아울렛 등에 입점한 매장이 220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