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꿈꾸는 경제 '하노이노믹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9.02.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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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사회주의 공산당 1당 체제로 연 6% 이상 고성장…"베트남도 물밑에서 하노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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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세기의 만남을 가질 베트남 하노이는 북한이 관심을 갖는 경제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한다. 사회주의 공화국인 베트남은 1당(공산당) 체제로 움직이는데, 수도 하노이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외국 자본이 넘치고 글로벌화에 익숙한 베트남 최대 상업도시 호치민, 휴양도시 다낭 등과 결이 다른 도시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하노이를 원한 이유 중 하나다.

10일 베트남 현지 한인회 등에 따르면 북한의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베트남도 하노이를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물밑에서 적극 추천했다.



베트남 정부로선 같은 사회주의 공산당 국가인 북한이 자신들의 시스템을 배우고 적용하길 바란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한인회 관계자는 “베트남 공산당 쪽에서도 하노이를 회담 장소로 추천했다고 들었다. 회담 이후 얻을 수 있는 효과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하노이식 정치·경제 시스템에 더욱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공산당 중심의 1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 단계적으로 개혁 및 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동남아 국가 중 발전 속도가 빠르고, 성장률도 높다. 모든 경제 시스템이 당의 통제에서 이뤄지는 탓에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이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 고급 정보를 북한에 보내는데, 베트남을 움직이는 하노이의 힘을 체감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경호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다낭을 원했지만, 북한이 하노이를 끝까지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란 얘기가 많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개방 모델을 눈여겨볼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 개방 모델에서 베트남이 중국과 다른 점은 해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이다. 축적된 자본과 높은 시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 공을 들인 반면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베트남은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다.

베트남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차관과 원조 자금을 도로,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다. 또 수출가공구 및 공업단지 특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수출육성 정책을 추진한다. 베트남은 1986년 제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도입한 이후 평균 6%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6% 중반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북한은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내부 자본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해외자본 유치와 국제기구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에선 2013년부터 외자유치를 목표로 하는 경제개발구가 만들어지면서 2017년까지 총 22개가 지정됐다. 기존 특구 5개를 포함해 경제개발구는 27개에 달한다. 이런 여건을 감안하면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식 모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도 하노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권평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를 싱가포르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옮겼다. 국내 기업 진출이 늘고 있고, 성장성이 기대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하노이는 베트남 정부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곳으로,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눈독을 들이는 도시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리는 건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트남 현지 일각에선 이벤트를 중요시하는 트럼프가 다낭의 현지 여건을 보고 받고 회담 개최 도시를 하노이로 양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낭엔 고급 휴양 시설과 호텔은 많지만 전 세계에서 몰릴 수천명의 취재진들이 프레스센터 등으로 이용할 대규모 컨벤션센터는 없다. 역사적인 순간을 전 세계에 타전할 취재진들의 편의를 생각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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