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가 '중국 경제위기'를 다루는 법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2.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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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신화통신·CCTV 등 같은 지표도 긍정적인 면 부각… 경기 우려 강조하는 외신과 천양지차

中 관영매체가 '중국 경제위기'를 다루는 법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전세계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인민일보,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 중국 정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중국 관영매체들은 예외다. 같은 경제 지표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제 악화에 따른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중국 관영 매체와 주요 외신들의 중국 주요 경제 지표 보도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극과 극이다.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인 지난해 국내총생산(GDP)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90조 위안 초과 달성, 중국 경제가 새로운 고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파이낸셜리뷰(ARF)의 같은 발표 내용 기사의 제목은 '중국 경제가 10여년 만에 가장 힘든 한 해를 맞았다'였다.



인민일보는 "2018년 중국의 GDP 추정 규모는 90조309억 위안으로 사상 처음으로 90조 위안의 역사적 기록을 넘어섰고, 세계 2위권 경제를 유지했다"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연평균 성장률은 2018년 6.6%로 성장 목표인 6.5%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ARF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신뢰도 악화, 제조업 부문의 둔화,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타격 등으로 타격으로 입으면서 경제성장률이 4%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썼다.

중장기적으로 경제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지난해 출산율 관련 보도도 천양지차다. 신화통신은 "'포괄적인 2자녀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노동가능 인구가 줄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중국은 여전히 인구배당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국가통계국 관계자의 설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타임즈(The Irish Times)는 "2018년 중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가 거의 6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이는 출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이 나라에서 출산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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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무역지표 등 다른 주요 경제 지표들도 마찬가지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도시지역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4.9%로 전년 12월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실업률의 또 다른 척도인 등록 실업률은 지난해 말 3.9%로 집계됐다. 중국 CCTV는 "중국 고용시장은 지난 1년간 안정적인 발전을 유지했다. 도시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의 수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사회 안정을 뒷받침하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더디플로맷(The Diplomat)은 같은 보도의 헤드라인이 '중국 내수 경제에 대한 하강 압력이 커지면서 고용 상황이 특히 암울해졌다'였다.

지난해 12월분과 연간 통계가 함께 발표된 무역 지표도 방점이 완전히 달랐다. 신화통신은 연간 지표에 주목해 "30조 위안을 초과, 중국 대외무역 규모가 2018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대외무역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했으며 해외 무역은 안정되고 진전이 있었다"는 해관총서 대변인의 설명도 곁들였다. 재팬타임스는 같은 보도의 제목을 '12월 중국 수출이 2년 만에 가장 크게 위축돼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커졌다'고 뽑았다.

전년대비 1.2%포인트 감소한 9.0%를 기록한 지난해 소매 판매 증가율과 관련해 신화통신은 "소비지출은 투자와 수출을 넘어 5년 연속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어 소비 시장이 성장하고 시장구조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장미빛 전망을 내놨다. 영국 가디언은 같은 보도에서 "중국 중산층의 소비력에 의존하는 많은 기업에게 벌써 겨울이 왔다"면서 "수십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끝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주춤하고 있고, 중국 소비자들이 경제적으로 쪼들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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