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여부는 밤 늦게나 내일 새벽 결정될 예정이다. 2019.1.23/뉴스1
◇檢, 사법농단 의혹 수사 마무리 돌입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3차장검사 한동훈)은 의혹과 관련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거론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구속)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을 이번주 초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중대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건 헌정·사법부 역사상 처음이다.
사법부의 정점에서 조직적인 재판 개입 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양 전 원장은 40여개 범죄사실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판사 추가징계 검토…징계시효 대부분 지나
사법부도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사후 수습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음에도 법원에 잔류하고 있는 법관들에 대해 추가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법관 8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했다. 이규진·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각각 정직 6개월,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에게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재직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에 따라 재판 거래 및 법관 사찰 문건을 작성한 박상언·정다주·김민수·시진국 등 법관 4명은 감봉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외에도 징계를 받을 만한 행위를 한 판사들을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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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이 확정되면 징계 대상이나 수위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검찰에 곧 수사 자료를 요청해 징계 논의에 참고할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추가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 및 향후 공소장에 적시될 내용도 분석해 추가 조사 및 징계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거나 검토할 계획"이라며 "추가 징계는 검찰의 기소 내용과 관련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기소 대상에선 빠지더라도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되는 법관들의 명단은 법원에 전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가 되면 법원에서 자료 요청이 올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걸(수사자료 및 법관 명단) 넘기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들에 대한 추가 징계가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이유는 징계시효다.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하거나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정직·감봉·견책 등 징계처분 사유가 되는데, 현행 법관징계법은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그 사유에 관해 징계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농단 의혹에 적극 가담했다 해도 2016년 2월 이전의 행위에 대해선 징계는 불가능하다.
다만 △금전·물품·부동산·향응·유가증권 또는 이권부여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비롯한 일체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제공한 경우 △법에 정해진 예산 및 기금을 횡령·배임·절도·사기·유용한 경우에 한해서는 징계시효가 5년으로 연장된다. 이 경우 징계시효는 2020년 전후가 된다. 아울러 국회에서 법관에 대한 탄핵을 개시한 경우에도 즉시 징계시효가 정지된다. 그러나 사법농단과 관련해 위와 같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판사들이 존재하는지 불분명하고, 국회에선 아직 법관 탄핵소추가 이뤄질 기미가 없다. 특히 징계시효가 이미 지난 법관들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탄핵소추가 된다 해도 징계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퇴직해버린 법관들이 상당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어떠한 징계사유가 실제 존재한다 하더라도 판사가 퇴임해 민간인이 됐다면 대법원이 대처할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