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 첫삽은 떴는데…대아티아이 계속 뜰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2.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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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돋보기]국내 1위 철도신호업체 대아티아이, 남북경협 최대 수혜주 꼽혀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지난해 12월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상징적 의미의 착공식이었지만 철도연결이 가시적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관련 산업들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남북철도 연결은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우선 순위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도로보다 철도망이 발달한 북한의 물류운송 체계를 감안할 때 철도연결은 남북경협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남북경협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철도 관련 종목이 크게 들썩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 중에서도 대아티아이 (3,035원 ▼5 -0.16%)의 주가는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철도 운행에 있어서 중요한 신호제어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 중 국내에서 단연 독보적인 실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첫 철도신호시스템 독자개발…합병으로 코스닥 상장=대아티아이의 모태는 철도신호 및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판매를 목적으로 1996년 7월 설립된 경봉기술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철도신호시스템 전산화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국내 기업 중에는 원천기술을 가진 곳이 없어 독일 지멘스나 프랑스 알스톰 등 해외 업체들이 입찰을 휩쓸다시피 했다.



경봉기술은 설립 초기부터 철도신호시스템 국산화 작업에 집중했고 2000년 국내 최초로 신호제어 핵심기술의 하나인 중앙집중제어(Centralized Traffic Control, CTC) 솔루션을 개발했다. CTC는 각 역에서 관리하는 신호 보안장치를 중앙관제실에 구축해 열차의 속도와 간격 등을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 개발로 국내에서 처음 원천기술을 확보한 경봉기술은 이후 해외 업체들이 휩쓸던 철도신호시스템 용역을 독식하기 시작했다.

규모를 키워온 경봉기술은 2000년대 초반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코스닥 시장 침체와 한층 깐깐해 진 상장심사로 상장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코스닥 상장사였던 소프트웨어 업체 코마스인터렉티브와의 합병으로 우회상장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합병 형태는 코마스인터렉티브가 존속법인으로 남는 흡수합병이었다.

2007년 10월 합병 후 사명을 대아티아이로 바꾼다. 자산규모 200억원대 였던 경봉기술은 합병으로 단숨에 자산 650억원 규모의 회사로 커졌다.


◇독자기술 보유 최대 강점=대아티아이의 최대 강점은 독자적인 철도신호시스템 기술 보유로 국내에서 독점적 시장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철도신호시스템 중 핵심인 CTC는 중앙에서 열차의 운행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빠르고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CTC를 고도화 할수록 열차 속도를 높이면서도 배차 간격을 줄여 더 많은 인원의 수송이 가능해 진다.

대아티아이의 기술력은 그 동안 수주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2002년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345억원 규모의 철도 통합관제 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했고, 이어 2006년에는 철도교통예비관제실 CT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경부선 KTX 1단계(서울~동대구)·2단계(동대구~부산)구간과 호남고속철도, 수도권고속철도의 관제시스템을 구축했고 부산 인천 광주 등 주요 도시의 철도운행 시스템도 시공했다.

고도의 정밀한 신호체계를 필요로 하는 무인운행선 사업에서도 부산지하철 반송선의 신호설비와 신분당선 열차제어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다. 해외에서는 최근 △마닐라 E&M 사업 신호시스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LRT 1사업 신호시스템 △필리핀 E&M 사업 통신시스템 등을 연달아 수주했다.

앞으로도 철도 관련 국내·외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대아티아이에 긍정적이다. 국토교통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에 따르면 2026년 국내 철도 총 영업거리는 5364km로 2014년(3729km)보다 44% 늘어나며 이 기간 동안 철도망 확충에 70조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중 신호시스템이 차지하는 예산은 크지 않지만 이 분야에서 대아티아이의 경쟁 업체가 거의 없어 상당한 물량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노후 철도시설 개량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한다. 서울 도시철도는 1974년 1호선 개통 이후 45년이 흘러 노후설비 개량이 시급하고, 2004년 개통한 KTX도 최신 시스템으로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부의 '중장기 철도시설 개량투자계획'(2018~2022)에 따르면 전국의 노후 철도신호시스템 개량과 유지보수에 필요한 비용은 1조6131억원이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현재 중국은 총 연장 1만6000km, 사업비 4200억달러(약 470조원) 규모의 고속철도 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베트남도 2020년까지 1630km 길이의 고속철도 건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남북 철도연결 기대감 주가 '쑥'=
하지만 무엇보다 남북 철도연결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본격적인 남북경협 추진으로 철도연결이 현실화 할 경우 대아티아이가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육상수송의 중심은 철도다. 북한의 철도는 2016년 기준 총 연장 5226km로 남한(3918km)보다 길지만 98%가 단선(철로가 1개)이고 70% 정도는 일제강점기에 건설돼 노후화가 심각하다.

철도개량이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코레일의 2012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북한 철도를 복선 전철로 건설할 경우 공사비는 △경의선(개성~평양~신의주) 13조8539억원 △경원선(평강~원산~두만강) 26조2618억원 △동해선(고성~원산~두만강) 25조9928억원 등 총 66조108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실적으로 전 구간의 전면적인 공사보다 비용대비 효율성이 높은 신호체계의 정비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신호체계 개선에 소요되는 비용은 신선 구축비용의 10~20%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인 대아티아이가 북한의 철도 종합 관제시스템 구축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제 현실화 할 지 모르는 남북 철도연결 기대감만으로 대아티아이를 평가하기엔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곧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논의와 경협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 기업 성장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대아티아이도 현재 내부 테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남북철도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장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급등한 주가는 남북철도 기대감이 선반영 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 리스크는 잠재 경쟁사의 출현이지만 베테랑 핵심인력 이탈만 아니라면 북한철도 시장의 초기 점유는 충분히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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