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동성을 긴축?…美 재무부의 QT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9.02.1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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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지난 편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이른바 “대차대조표 정상화(또는 축소) 정책”으로 인해 미국 은행시스템의 초과 지급준비금이 제3차 양적완화(QE) 이전 수준으로 줄어든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QE를 되돌리는 양적긴축(QT)의 결과로 시중에 풀려 있던 초과 유동성이 빠른 속도로 흡수된 것이죠.

그런데 이 초과 지급준비금이 양적긴축에 의해서만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점도 설명해 드렸습니다. 지급준비금이 현찰화폐로 풀려 나가면서 자연히 감소하게 되는 양도 만만치 않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미국 초과 유동성이 금융시장에서 대거 사라지도록 한 중요한 요인이 더 있습니다. 바로 미국 재무부의 현금 축적입니다.

위 그래프를 한 번 보시죠. 현재 미국 연준의 총자산은 일년 전에 비해 4000억달러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은행시스템의 지급준비금은 약 6000억달러 줄어든 상태입니다.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에 비해 초과 유동성 감소 규모가 2000억달러 더 많습니다. 그 2000억달러 중 약 1000억달러는 현금통화가 증가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1000억달러의 오차는 어디에서 생겼을까요?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연준에 예치된 미국 재무부의 자금입니다.



가정이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에서도 늘 지출이 발생합니다. 그 지출을 제때 차질 없이 하려면 늘 적정한 유동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정부 역시 바로 빼 쓸 수 있는 예금을 운영합니다. 그 계좌는 중앙은행에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에 있는 정부의 이 계좌는 좀 특수합니다. 일반 은행에 돈을 맡기는 계좌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을 받아서 은행에 돈을 넣으면 은행시스템 전체의 유동성에 변화가 없습니다. 은행별로, 예금주별로 잔액이 바뀔 뿐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받은 돈, 또는 채권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중앙은행 계좌에 넣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흡수한 것과 똑 같은 결과를 낳습니다. 누구의 손을 탄 것이든 중앙은행 담을 넘어 들어간 돈은 모두 ‘시중’에서 사라지는 유동성인 것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미 재무부의 중앙은행 예치금 확대 규모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연준이 직접 양적긴축에 나서는 것 이상으로 많은 유동성을 시중에서 흡수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정부가 결과적으로 통화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이죠.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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