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2경춘국도 뚫리는 춘천, 일반시민 '기대' vs 상인 '걱정'

머니투데이 춘천(강원)=박미주 기자 2019.02.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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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사업 뜯어보기中-제2경춘국도](1) "교통 좋아지고 부동산도 호재" ..."빨대효과로 매출 더 줄 것"

편집자주 정부가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대상 사업을 발표하면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해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머니투데이가 예타 면제대상 사업을 꼼꼼히 살펴봤다.

춘천시청 건물 외관에 '제2경춘국도'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춘천시청 건물 외관에 '제2경춘국도'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춘천 사람들은 ‘제2경춘국도’가 생긴다는 소식에 다들 좋아하고 있어요. 이미 서울-춘천고속도로와 ITX(도시간 특급열차) 개통으로 집값 상승 효과를 봤기 때문이죠. 경기 활성화도 기대됩니다.”(춘천시민)
 
“달갑지만은 않아요. 서울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서울로 쇼핑하러 가고 매출은 더 줄었어요.”(춘천 옷가게 상인)
 
‘제2경춘국도’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면제가 발표되고 1주일이 지난 7일 찾은 강원 춘천시.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청 건물 전면에는 ‘춘천이 달라집니다. 빠른 춘천, 사람이 몰려듭니다’ 등 ‘제2경춘국도 조기착공 확정’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걸렸지만 금시초문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 관심이 높아보이지 않았다. 이미 서울-춘천고속도로와 ITX 등이 개통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제2경춘국도 건설사업은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부터 춘천시 서면 당림리까지 4차로 간선도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총길이 32.9㎞, 사업비는약 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춘천시 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춘천시 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시민들 "교통·경제 좋아질 것"… 부동산 시장에도 호재

일반시민들은 대체로 제2경춘국도 예타 면제를 희소식으로 받아들였다.
 
유현지씨(가명·45)는 “서울 강남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3시간이 걸린 경우도 있다”며 “제2경춘국도가 생기면 부족했던 도로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재호씨(가명·37)도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관광객이 늘고 집값도 올랐다”며 “제2경춘국도 개통도 기대된다”고 반색했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들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재는 부동산 매매시장이 냉각된 상황이지만 제2경춘국도 개통이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춘천 소재 G공인중개소 대표는 “경기불황, 주택공급 증가 등으로 매매시장이 침체돼 전월세 거래만 하고 있다”면서 “제2경춘국도 예타 면제는 지역 부동산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랜드가 개장하고 동서고속철도와 제2경춘국도가 생기면 시장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분양 관계자도 “아직 문의가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제2경춘국도 예타 면제 확정 후 서울 거주자가 분양권을 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춘천지하쇼핑몰 내부 모습. 오른쪽에 '점포정리'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사진= 박미주 기자춘천지하쇼핑몰 내부 모습. 오른쪽에 '점포정리'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사진= 박미주 기자
◇상인들 '빨대효과' 우려… "ITX 이후 매출 더 줄어"

지역 상인들은 제2경춘국도 예타 면제가 달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고속철도나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중소도시의 인구와 경제력이 대도시에 흡수되는 빨대효과 때문이다.
 
‘춘천지하쇼핑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희영씨(가명·43)는 “제2경춘국도가 생기면 안 좋을 것같다”며 “ITX가 생기고 경기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해마다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날 정도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집값은 오르고 경기는 안 좋아지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춘천지하쇼핑몰에는 곳곳에 비어 있는 점포가 눈에 띄었다. 대학가 원룸 임대사업자들도 서울 통근이 가능해진 후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지역 먹거리 명소인 ‘명동닭갈비골목’ 상인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김미경 구미닭갈비 대표(59)는 “ITX 개통 이후 오히려 춘천 사람들이 서울에 가고, 서울 사람들은 춘천에 오면서 먹을 것을 싸오기도 한다”며 “올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1도 안 되고 닭갈비골목에서도 장사를 접을 정도니 다른 곳은 더 할 것”이라고 했다.
 
ITX 개통 기대감으로 춘천 내 닭갈비집이 250개에서 850개로 600여개나 늘었지만 다수가 버티지 못하고 폐점했다고 한다.

춘천 내 '명동닭갈비골목' 입구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춘천 내 '명동닭갈비골목' 입구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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