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 희박한데도 무리수?' 국민연금, 남양유업 주주권 발동 왜?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9.02.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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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위 배당 관련 위원회 설치 정관변경 주주제안 결정, 오너 일가 보유지분만으로 부결 가능

박능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여부를 논의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박능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여부를 논의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 7일 남양유업의 배당 확대를 위해 별도 위원회를 설치토록 하는 주주제안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남양유업 오너의 압도적인 지분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통과 될 가능성이 낮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행사 지침) 도입에 따라 무리수를 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책임위)는 지난 7일 저녁 회의를 열어 남양유업에 이사회와는 별도로 배당정책 수립, 공시 등과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에도 저배당 정책을 고수하자 별도 위원회를 설치해 배당정책 변경을 위한 주주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실제 남양유업은 지난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된 비율)이 17% 수준으로 상장사 평균(33.81%)보다 휠씬 낮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을 중점 관리대상에 올려 배당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이번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한 수탁자책임위 위원은 "오너 일가가 현재 보유지분 만으로도 주주제안을 부결 시킬 수 있다"며 "전날 회의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지만 주주제안을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남양유업 정관변경은 올 3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의결권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되는데, 현재 남양유업 지분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51%)을 포함해 오너 일가가 53.85%로 과반을 넘어선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6.55%)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전체 상장 주식수(72만주) 중 39만주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해 이미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부결을 위한 3분의1(24만주)이상 요건을 충족한다. 오너 일가가 대거 주총에 불참하거나 찬성 표를 던지지 않는 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가결을 위한 3분의2(48만주) 이상 지분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권 발동 요구가 거세지자 무리하게 주주제안에 나섰다는 비난이 제기된다.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에 휩싸인 한진그룹에 이어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물으를 일으킨 남양유업이 주주권 행사의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수탁자책임위 위원은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다수 찬성 의견이 제기되면서 시간에 쫓겨 주주권 발동이 결정된 측면이 있다"고 헸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언급한 것도 이번 주주제안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공정경제추친전략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행사한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재계 등에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일부 대기업 오너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운용전략은 오로지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진에 이은 남양유업 주주권 발동도 기업 가치를 높여 주주 가치와 장기적인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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