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박소연 기자, 유희석 기자, 세종=권혜민 기자, 송지유 기자, 진경진 기자 2019.02.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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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의 진실] (종합)

편집자주 지난해 8월 반도체 슈퍼사이클 고점이 가까워졌다는 저승사자같은 분석이 나왔다. 반년 동안 반도체기업 주가는 추락했고 수출전망도 암울해졌다. 올해 들어 상황은 급반전됐다. 1월 한달간 삼성전자는 20% 올랐다. 다소 성급한 바닥론까지 나온 반도체 경기, 진실은 무엇일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바닥? 아직은 일러…“
[반도체 경기의 진실]①장비 입고 일정 연기 등 사실상 플랜B 전략 돌입



[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주식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바닥론이 나오면서 반도체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지만 정작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 SK하이닉스 (179,100원 ▼9,100 -4.84%)에선 신중론이 나온다. 올 상반기까지는 재고 해소와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세운 2019년도 경영계획을 최근 다시 손봤다. 지난해 4분기부터 빠지기 시작한 D램·낸드플래시 등 주력 제품 가격이 예상보다 더 하락했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올 하반기 시장 회복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장비 입고 일정 등을 늦추는 등 사실상 '플랜B'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경력이 20~30년에 달하는 전문가들도 반년 뒤 업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반기 실적 회복도 자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무엇보다 재고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경쟁적으로 서버 투자 경쟁에 나섰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이른바 'MAGA'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졌다"며 "반도체 특성상 제조업체들은 생산 라인을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재고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고 부담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흐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D램(PC용 DDR4 8Gb 제품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8.19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달까지 4차례에 걸쳐 26.7%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고공행진이 꺾이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가격이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선 2분기로 예정된 인텔의 신규 CPU(중앙처리장치) 출시에 희망을 걸고 있다. 신규 CPU 출시에 맞춰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업체별 재고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는 실적 회복이 시작되는 시점을 2분기 말로, SK하이닉스는 3분기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3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해 실적 회복세가 시작되더라도 지난해 3분기 수준의 초호황은 아닐 것이라는 데 업계 의견이 일치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매출이 182조1120억원으로 지난해(185조6960억원)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내 업체 비중이 큰 D램 시장 규모가 지난해 115조8080억원에서 올해 107조5200억원으로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봤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상반기 실적이 부진해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9조원 수준이던 2016년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짧게 보면 과열됐던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고 길게 보면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박소연 기자

무색해진 '모건스탠리 쇼크'…반도체주의 질주
[반도체 경기의 진실]②꺾였다던 반도체 경기, 1Q 바닥론 솔솔

[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8월과 9월 잇달아 반도체 업종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 경기가 과열됐으며, 곧 수요가 줄면서 침체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는 줄줄이 폭탄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모건스탠리 쇼크'라 불렀다.

이 같은 분위기는 딱 반년 만에 반전됐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도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미 뉴욕증시의 30개 반도체 기업 주가를 묶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6일(현지시간)에만 2.6% 상승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15% 넘게 올랐다.

월가는 특히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주가가 이날 7% 넘게 급등한 것에 주목했다. 컴퓨터 등 전자기기는 물론 자동차와 우주선에 쓰이는 부품까지 다양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 특성상 반도체 업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상히 마이크로칩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악화하지 않는다면 이번 분기가 반도체 업황 사이클(주기)의 바닥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주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애플에 반도체 부품을 납품하는 스카이웍스 주가도 이날 11.49% 급등했다. 투자회사 골드만삭스가 "5세대(G) 이동통신 수혜가 예상된다"며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데다,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밖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리콘랩스, ON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의 주가가 모두 4~5%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완전히 회복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미·중 무역 협상 결렬 등 변수에 따라 언제든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투자은행 레이몬드제임스의 크리스 카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기는 분명히 지났다"면서도 "현재 반도체 업종 주가가 여전히 남아 있는 위험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모건스탠리의 크레이그 헤텐바흐 연구원도 "조심해야 할 중요한 한 가지는 반도체 업종이 회복기에 접어들더라도 기업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면서 "아직 의미 있는 반전(reset)을 보이지 못한 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낮춰야 한다"고 했다.

유희석 기자

실적 좋아진 美 반도체…미·중 무역협상이 걸림돌
[반도체 경기의 진실]③퀄컴·마이크로칩 등 실적 예상치 상회

[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가 6일(현지시간) 급등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은 지났지만, 경기 침체에도 수요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은 것이다. 통신용 반도체 제조사 퀄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48억2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49억달러)를 밑돌았지만, 주당순이익(EPS)이 예상치보다 10% 정도 많았다.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도 작년 4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으며, 반도체 장비 기업이 램리서치와 KLA-텐코도 어닝 서프라이즈(예상보다 좋은 실적)를 기록했다. 미 투자회사 에이시메트릭의 아미르 앙바르자데 시장전략가는 "반도체 시장의 바닥이 이번 분기인지, 아니면 다음 분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투자자들이 과감하게 (반도체 등)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반도체 업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무역전쟁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 경제가 불안하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8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3600여개 중국 상장사 가운데 10% 이상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있다.

네덜란드계 반도체 회사 NXP는 이날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 21억6000만달러에서 20억2000만달러로 6.5% 하향 조종하면서 "중국 자동차용과 산업용 반도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의 투자전문 매체 시킹알파는 반도체산업협회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세계 반도체 판매는 2017년 동기 대비로는 0.6% 늘었지만, 전기 대비로는 8% 넘게 감소했다"면서 "반도체는 주기별로 호황과 불황이 순환하는 사업이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긴장이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희석 기자

'빨간 불' 반도체 수출…하반기엔 반등?
[반도체 경기의 진실]④1월 반도체 수출 전년대비 23.3% 급감

[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세계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국 수출 전선에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반도체 수출 부진은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이 하반기에 가서야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74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23.3%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수출 증가율이 -8.3%로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1월 들어 감소율은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반도체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와도 같다. 내수 부진 속에서 수출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고, 그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경제 전반에 온기를 퍼뜨려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267억12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0.9%를 차지했다. 이 기간 수출 증가율은 29.4%로 전체 수출 증가율(5.5%)의 5.3배에 달한다.

가장 최신 통계인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0.6% 가운데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업의 기여도는 0.8%포인트였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마이너스라는 의미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말 하락세로 반전한 주요 원인은 메모리칩의 단가 하락이다. D램(RAM) 가격은 8Gb(기가비트) 기준 지난해 1월 9.6달러에서 올해 1월 6.1달러로 36.5% 떨어졌다. 같은 기간 128Gb 기준 낸드플래시 가격도 6.7달러에서 5.2달러로 22.4% 급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된 게 가격이 떨어진 이유로 꼽힌다.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 판매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를 뒷받침해 왔던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단가하락을 기다려보자며 데이터센터 투자를 연기하는 등 구매를 미루고 있다.

반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던 '슈퍼사이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하며 생산 능력을 늘려왔다. 공급은 늘었는데 수요가 주춤하자 이는 고스란히 재고로 쌓였고, 자연스레 가격이 고꾸라졌다.

중국발(發) 공급과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금지 조치로 다소 지연되긴 했으나 '반도체 굴기'의 힘을 받아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의 양산에 나설 경우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더욱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2000년대 초 업체들간 출혈적 가격 경쟁을 벌였던 '제2의 치킨게임'의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여기에 수출 물량 감소도 현실화하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 물량은 전년대비 0.7% 줄었다. 수출 단가와 물량이 모두 급증했던 슈퍼사이클 시기와 상반된 모습이다.

정부 안팎에선 수출 부진이 구조적인 이유인 탓에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한다. 다시 수요가 늘어나며 공급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단가 하락세가 진정되고, 수출도 회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D램 공급초과율이 1분기 1.8%에서 3분기 -2.5%, 낸드플래시는 2.1%에서 -1.0%로 반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1분기까진 공급보다 수요가 많겠지만 3분기에 다시 공급 부족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데이터 센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만은 없을 것이고, 올해 한·미·일 등이 5세대 이통통신(5G)을 상용화하면 관련 수요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며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이고, 1분기 '반도체 바닥론'도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권혜민 기자

20% 껑충 뛴 삼성전자·하이닉스, 지금 사도 될까
[반도체 경기의 진실]⑤올 들어 '3.6조' 반도체 사들인 외국인, "바닥쳤다" 긍정론 힘실려

[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새해 들어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SK하이닉스 (179,100원 ▼9,100 -4.84%) 등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연초부터 대표 종목들의 주가 랠리가 펼쳐지자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9년 반도체 시장을 부정적으로 본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의 보고서만 믿었다가 매수 타이밍을 놓쳤다는 자조 섞인 탄식도 나온다. '반도체 바닥론'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소 엇갈린다. "바닥을 찍은 만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론과 "기술적인 반등에 불과하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선다.

◇'예고된 악재' 털었더니…삼성전자·하이닉스 날았다=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19.4% 올랐다. 지난해 말 3만8700원하던 주가가 한 달여만에 4만6200원까지 뛰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6만500원에서 이날 7만6700원으로 26.8% 상승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실적 악화 전망 등으로 지난 연말까지 맥을 못 추던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반등한 것은 지난달 중순부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8일과 24일 각각 영업이익이 20~30% 줄어든 2018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는데 이 때부터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말 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분석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사전에 악재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올 초 까지 만해도 삼성전자는 4만원, SK하이닉스는 7만원 지지선이 무너지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최악의 주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실적 발표 후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반전돼 지난해 10월 국내 증시 대폭락 직전인 9월 중순 수준 주가를 회복했다.

[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힘 실리는 바닥론…반도체주 지금 사도 될까=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강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선 반도체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안정 기조, 중국 경기 부양책 발표 등 영향으로 국내 증시로 복귀한 외국인들이 반도체주 대거 매집에 나선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을 4300억원 이상 순매도 한 외국인은 올 들어 2조6000억원 이상 사들였다. SK하이닉스 주식 역시 지난달 500억원 순매도에서 이달 9900억원 이상 순매수로 전환했다. 특히 미국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이날 삼성전자 지분 5.03%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5일과 28일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수에 나서며 지분을 늘렸다. SK하이닉스 지분 5.05%를 보유한 미국 캐피탈그룹도 지난해 말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6.80%까지 끌어 올렸다.

[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반도체가 바닥을 찍었다는 긍정론의 배경은 악재 선반영, 주가 과대 낙폭, 한국 반도체 경쟁력 등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는 수출 등 업황보다 5개월 먼저 움직인다"며 "1분기 중 바닥을 통과해 빠르면 2분기초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업종의 실적 하향, 주가 조정 국면이 마무리 돼 추가 하락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며 "반도체 재고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올 2분기 중반부터 해소되면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목표가 낮아지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최대 수혜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주가 랠리를 놓쳤다고 이달 무조건 따라가서는 안된다"며 "반도체가 추세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기 보다 일시적으로 경직됐던 수급이 반짝 개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단가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올해 수출 시장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봤다.

송지유 기자

‘반도체 저승사자’ 모건스탠리의 잇단 경고…이번에는?
[반도체 경기의 진실]⑥모건스탠리, 2018년 업황 둔화 전망 내놓으면서 돌풍

[MT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株, 지금 사도 될까?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worst is behind)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올해 반도체 업황 전망을 이같이 표현했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SK하이닉스 (179,100원 ▼9,100 -4.84%) 등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지만 이를 본격적인 '상승'이라고 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디램(DRAM)이나 낸드(NAND) 수요가 하반기부터 회복할 것이란 전망을 두고 지나친 낙관이라고 지적했다.

숀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D램 가격이 곧 회복되고 경영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올 하반기 생산량 조정에 더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수익과 가격 하락 전망에 반도체 종목들의 EPS(주당순이익)를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4만2000원에서 4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6만3000원에서 6만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달 31일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에는 올 2분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디램과 낸드 가격 하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을 긍정적으로 만들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전 분기 대비 38.6% 줄었다고 발표했다.

킴 연구원은 "이전에 예측한 대로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삼성전자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달 삼성전자에 유입된 자금은 상당했지만 하반기 실적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 요인이 없는 만큼 주가를 지지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달 말 공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10 행사도 (기존) 목표를 바꿀만 할 것 같지는 않다"고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는 올 상반기까지 이러한 흐름(가격 하락)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물론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꼭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 사례들을 봤을 때 해당 리포트를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2017년 11월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홀로 반기를 들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경고를 날렸다.

반도체 주가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디램 및 낸드 가격 하락 등이 이유였다. 당시 숀 킴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곧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대비 24% 가량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21% 내렸다.

국내 대형주 펀드매니저는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는 직접 투자할 때 도움을 받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개별 주가가 크게 움직일 때 리포트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때마다 참고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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