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담판' EU 찾는 메이…결론은 결국 '노딜 브렉시트'?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2.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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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브뤼셀로 떠난 英 메이 총리…EU "재협상은 없다"…기업·각국 '노딜 브렉시트' 대비 '착착'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AFPBBNews=뉴스1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AFPBBNews=뉴스1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놓고 유럽연합(EU)과 재협상에 나섰지만 시작 전부터 외신들이 전한 분위기는 비관적이다. 재협상 난항이 예고된 가운데 일부 기업과 국가에선 노딜 브렉시트를 기정사실화하고 실제 대비에 착수중이다.

◇메이, 플랜B 들고 브뤼셀行…EU "재협상 불가"=7일(현지시간) 메이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 클라우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부를 만나 브렉시트 재협상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지난달 29일, 영국 하원이 토론 및 표결을 거쳐 브렉시트 합의안 플랜B(수정안)를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골자는 기존 합의안 내 있던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대체할 다른 대안협정을 추가하자는 것. 북아일랜드(영국령)와 아일랜드(EU 소속) 사이 하드보더(관세 및 물류 등 장벽)가 생기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플랜B는 현재로선 법적 구속력이 없다. EU와 영국 의회 승인을 모두 얻어야 하는데 EU는 '기존 합의문에 대한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기존 합의문은 지난달 15일 영국 하원의원에서 한 차례 부결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융커 위원장은 메이의 브뤼셀 방문 하루 전, 기자회견을 통해 "브렉시트는 아일랜드와 영국 양자 간 문제가 아니고 유럽 전체의 문제"라며 "메이 총리도 EU가 이 문제에 관해 재협상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을 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위장의 대응은 더 강경했다.

투스크 상임위장은 대비없이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영국 의원들을 향해 "지옥에 갈 것(special place in hell)"이라고 혹평하면서 "메이 총리가 교착상태를 끝내기 위해 현실성 있는 제안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스톱 조항을 손보기 위한 재협상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메이 총리는 이날 EU와 재협상을 시도한 뒤 8일에는 아일랜드를 방문, 리오 버라드커(Leo Varadkar) 아일랜드 총리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메이 총리는 EU와 논의한 재협상안을 갖고 오는 14일 영국 하원의원에서 2차 표결을 거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이 일정은 이달 말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닛산은 발빼고 아일랜드는 긴급 자금 논의…너도 나도 "노딜 브렉시트 대비"=브렉시트 재협상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난항이 예고되면서 판세는 노딜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메이 총리는 현재까지도 기존 브렉시트 기한(3월29일)을 연장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3월 말, 영국은 EU와 준비없는 이별을 할 공산이 크다.

지난 4일 영국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립경제사회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Economic and Social Re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를 가정하고 이후 영국 경제를 전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영국이 아무 대비없이 EU를 떠난다면 경제활동 둔화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면서도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해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비상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정부는 감세와 추가 공공지출을 통해 경제 타격을 줄일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올해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내놨던 전망치(1.9%) 대비 낮춘 1.5%로 전망했다. 이는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뿐 아니라 전세계 경기 둔화를 감안한 수치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또 다른 국가는 아일랜드. 영국과 같은 EU에 속했을 때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간 물류 이동시 관세가 붙지 않았지만 3월 말 이후 관세가 부활할 수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현재 EU와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기금(emergency fund)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수출되는 식음료 규모는 45억유로(5조7000억원) 상당이다.

닛산은 영국에서의 신차 제작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3일, 닛산은 영국에서 'X-트레일 SUV'를 만들려는 계획을 취소했다며 "영국과 EU(유럽연합)와의 관계를 둘러싼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우리 회사의 미래 계획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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