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명장의 한 마디는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1921년 일본 회원제 식당 ‘미식구락부’을 열어 ‘맛의 달인’으로 이름을 날린 기타오지 로산진(1883~1959)은 음식을 ‘때우는 끼니’가 아닌 ‘참된 삶의 과정’으로 인식했다.
그에게 맛있는 음식은 재료 본 맛이 살아있는 것이다. 양념과 요리법이 난무하는 시대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 같은 해석이다. 그의 미식론도 색다르다.
참된 미식은 식재료가 지닌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기는 일이며, 그는 이 맛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로산진은 ‘그릇은 요리의 옷’이라 할 만큼 음식과 식기의 조화를 강조했다. “요리와 식기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개나 고양이와 다름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미식이란 맛의 추구가 아닌, 아무 의미 없이 살아가지 않겠다는 자신에 대한 각성이자 의지라는 사실을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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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타협 미식가=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김유 옮김. 허클베리북스 펴냄. 240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