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는 사양산업(?)…기초체력 다진 쌍용양회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2.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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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가격 인상·대북경헙·예타 면제 수혜까지…업황 부진 우려에도 기대↑

시멘트는 사양산업(?)…기초체력 다진 쌍용양회


한때 시멘트업은 '사양산업'으로 불렸다. 1970년대 한창 잘나가던 건설업과 함께 큰 폭으로 성장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들어 하락곡선을 그린 경제성장률을 따라 시멘트업은 사양산업으로 분류,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동안 조용했던 시멘트 업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2014년 말. 긴 불황을 지나 주택분양 시장이 살아나면서, 재무구조 악화 등 위기를 겪었던 시멘트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었다. 업계 구조조정의 중심에 쌍용양회 (7,000원 0.00%)가 있었다. 시멘트 시장의 20% 가까이를 점유하던 업계 1위 쌍용양회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주택건설 증가로 시멘트 업황의 회복 기대감이 높았던데다,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상 사업 구조는 탄탄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치열한 인수전 끝에 쌍용양회는 2016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돌아갔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 지분의 77.44%를 확보, 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 뼈를 깍는 구조조정…외형은 줄었지만 수익은 늘어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의 대주주 자리에 오른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체질개선이었다. 시멘트 사업에 집중, 본업과 관련없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62년 설립된 국내 생산능력 1위의 시멘트 제조 회사인 쌍용양회는 당시 시멘트 관련 사업 외에도 석유 유통·판매 사업, 자동차 전장 및 부품 사업 등도 보유 중이었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를 인수한 직후 800억원 규모의 자동차 전장 및 부품 회사인 쌍용머티리얼 주식을 OCI그룹 계열사 유니온에 매각했다. 석유 유통ㆍ판매사업은 분할해 쌍용에너텍을 신설하고, 극동유화에 554억원에 팔았다.

본업인 시멘트 사업과 관련된 사업 부문들은 재편 작업을 실시했다. 쌍용자원개발과 쌍용해운을 흡수합병해 시멘트 사업으로 운영체계를 일원화했다. 또 시멘트 수요 감소와 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해 국내 1위의 슬래그 시멘트 업체인 대한시멘트를 인수, 쌍용양회는 국내 최대 슬래그 시멘트 사업자로 등극했다. 쌍용양회 측은 "시멘트 사업으로 운영체계를 일원화하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재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며 "시멘트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을 분리해 향후 예상되는 환경변화 속에서도 시멘트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체질개선 작업은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는 실제 수치로 드러난다. 쌍용양회는 2016년 매출액 1조4114억원, 당기순이익은 1349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매출액 1조4162억원, 당기순이익 499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소폭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 규모는 줄었지만 회사의 실제 이익은 늘어났다. 2017년 들어 이같은 추세는 더 눈에 띈다. 2017년 매출액은 1조333억원이지만, 당기순이익은 4227억원으로 3배 가량 크게 늘었다. 부채 비율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2015년 103.5%였던 부채 비율은 2016년 67.1%, 2017년에는 56.6%까지 줄었다.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외형은 줄었지만, 실제 수익은 늘고 빚은 줄어 재무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형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주유 사업은 규모가 4000억원 가까이 됐지만 이익은 거의 안났다"며 "이를 매각, 정리하면서 전체 매출액 규모는 줄었지만 차입금은 줄고 재무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4년 'BBB' 등급이던 쌍용양회의 신용등급을 2015년 4월 'BBB+', 2017년 6월 'A-'로 상향 조정했다.

◇ 시멘트 가격 상승 실적 반영 기대…대북 경협·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발표도 주목

올해 실적 전망 역시 나쁘지 않다. 조윤호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으로 매출액 1조4931억원, 영업이익 2572억원을 전망했다. 건설업황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도, 시멘트 가격 상승과 내수가 부진할 경우 수출로 출하량을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본격 가동된 폐열처리시설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설비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3분기까지 쌍용양회의 평균 판매 가격이 톤당 6만3000원 수준에 머물렀는데 4분기부터는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는 올해 본격적으로 반영돼 평균 가격은 7만원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황 부진이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인 쌍용양회에 지난달 29일 24조원 규모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한 정부 발표는 호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 지수는 122.03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발표 이후 3.43% 상승했다.

남북 경제협력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했다.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재개돼 북한 인프라 건설이 시작될 경우, 시멘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쌍용양회는 강원도 동해시에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1150만톤 규모의 공장을 두고 있고, 12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언제든 시멘트를 싣고 북한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최적의 공급 거점으로 꼽힌다.

기대감은 주가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6480원에 거래되던 쌍용양회 주식은 하루 뒤인 30일 6659원으로 오르더니 지난 1일 6830원으로 전일대비 3.48% 상승 마감했다.

지역자원시설세(시멘트세)와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탄소배출권) 등 환경 규제에 따른 원가 상승 가능성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에는 시멘트 1톤당 1000원의 세금을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돼 오는 4월 재논의하기로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시멘트업계의 추가 부담금은 522억원(업계 추산 530억원)이 될 전망이다. 탄소배출권은 2016년부터 시행중이다. 연간 230억원을 이미 부담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으로 65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 한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이슈에 더해 시멘트세 등이 논의되고 있어 원가 부담이 올라가면 시멘트 고시 단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며 "결국 가격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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