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vs김혁철 6일 '평양 담판'...北비핵화 의지 '긍정 신호'
실무협상 장소가 1차 회담 당시 판문점에서 평양으로 바뀐 것을 두고는 '긍정적 신호'란 해석이 많다.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즉각 반영할 수 있어 협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가 본국과 소통이 불편한 평양행에 합의한 것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높이 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영변 핵시설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와 핵연료봉 제조 및 재처리,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설비 등이 밀집한 북한 핵 무력의 상징이자 심장부다. 영변 핵시설 해체 없이는 비핵화 진전이 어렵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했다. 남북미 모두 영변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입구'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관건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이행 의지와 미국이 제시할 상응 조치의 수준이다. 폐기와 보상의 선후 관계도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은 일관되게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만족할 만한 보상을 약속해야 영변 핵 폐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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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의제는 '영변 핵폐기+α '…美종전선언vs北제재해제 수싸움
'영변 외' 북한 핵 시설 폐기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해 10월 4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 영변을 넘어(BeyondYongbyon) 전체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를 허용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영변 핵 시설 외에 플러스알파(+α)를 언급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상기시키는 압박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비건 대표는 앞선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핵시설 폐기-핵 포괄 신고-모든 핵·미사일 보유고 폐기'로 이어지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앞으로 핵동결 외에 신고·사찰·검증·폐기의 단계가 널려 있어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은 길고 투박한 험로가 예상된다.
북미 실무협상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비건의 '노련함'과 김 전 대사의 '패기'가 협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50대인 비건 대표는 대북(對北) 외교 경험은 없지만 워싱턴 보수 정가에서 오랜 기간 공화당 쪽 주요 인사를 보좌한 외교·안보 전문가다. 미국 완성차 포드의 대외 담당 부회장으로 다년간 '비즈니스 협상'도 경험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거래'와 '설득'에 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대사는 북한 국무위원회 소속의 40대 전문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다. 핵·군축에 해박하고 북핵 협상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갖춘 달변가로도 전해진다.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방미 북한 고위급 협상단의 워싱턴DC 방문 당시 처음 만났으나 협상 대표로 테이블에 둘이 마주 앉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건 대표가 평양에서 김 전 대사 외에 북미 협상의 고위급 대표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을 만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