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평양' 북미실무회담…"北 기대 반영하는 긍정적 신호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9.02.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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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차관보급' 비건 이례적 평양行…김영철 등 만날 가능성

(인천공항=뉴스1) 오대일 기자 =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르면 오는 4일부터 판문점에서 카운트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나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문구를 비롯한 실무협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2019.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인천공항=뉴스1) 오대일 기자 =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르면 오는 4일부터 판문점에서 카운트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나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문구를 비롯한 실무협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2019.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 장소가 평양으로 확정되자 북한의 기대를 드러내는 긍정적 신호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즉각 반영할 수 있어 협상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단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와의 실무협상을 위해 6일 평양에 방문한다.



이는 당초 실무협상이 5일쯤 판문점에서 열릴 것이라던 예상을 빗나간 결과다. 북미가 실무협상을 판문점이나 제3국이 아닌 평양에서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건 대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적이 있으나, 차관보급인 그의 단독 평양 방문은 처음이다.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무회담 장소가 평양으로 낙점된 것과 관련, 북한이 비건을 평양으로 부른 것 자체가 협상을 앞두고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북한이 비건 대표를 그만큼 중요한 인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과 미국의 입장을 들어보려 한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건이 평양 체류 동안 김혁철 전 대사보다 급이 높은 북측 고위 인사들과 만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이와 관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부위원장 등과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건의 김정은 위원장 예방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북한 내 위상을 감안할 때 직급 측면에서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있지만, 협상 추이에 따라 파격적 회동이 성사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협상의 '속도' 측면에서도 평양 실무회담이 판문점에 비해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북한 협상 대표에게 곧바로 전달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톱다운(하향식)'으로 이뤄지는 북한의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할 때 북한이 실무협상 동안 즉각적인 보고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판문점에 비해 조속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미국의 입장에선 평양이 판문점에 비해 본국과의 소통이 불편하나, 북한에 비해 비건 대표가 대북 협상의 결정권을 상당 부분 갖고 있는 만큼 결정적인 장애는 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다만 평양 실무회담 성사가 여러 의미로 긍정적이라 평가됨에도 이 자체를 북미간의 이견이 좁혀졌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건 이르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미는 '비핵화-상응조치'의 범주를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하는 동시에 이달 말 개최 될 정상회담의 문구를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작업 역시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미간 기싸움이 불가피하리란 전망이다.

또 세부문안 조율을 위해 실무협상이 6일 당일에 끝나지 않고, 연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정상회담의 장소, 날짜를 공표하고 북미가 추가 조율을 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차관보급인 비건과의 실무협상을 평양에서 여는 것 자체가 협상에 대한 북측의 기대와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미 협상에서 상당히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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