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제국' 만든 영업사원, 이제 '백악관'으로…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2.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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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2020 美대선 무소속 출마 의지
포브스 "패배한다면 명성 흠집"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사진=AFPBBNews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사진=AFPBBNews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의 생애 최고 업적이 될 수 있겠지만, 패배한다면 그가 쌓아올린 유산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재선을 돕게 된다면 명성에 금이 갈 것이고 회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포브스, 2019.2.1)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CBS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출마를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말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그에게 쏠린다. 공식출마 선언 시기는 늦은 봄이나 초여름이 될 것이란 게 외신 관측이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탓에 민주당에서는 "반(反)트럼프 표를 분열시킬 것"이라며 그의 출마를 말렸고, 트럼프 대통령조차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타워에 입점한 스타벅스가 월세나 잘 내길"이라며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슐츠가 발걸음을 쉽게 멈출 것 같진 않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복사기회사 영업사원을 거쳐, 어렵게 커피와 인연을 맺어 스타벅스 제국을 건설한 그의 이력에 비춰보면 말이다.



하워드 슐츠 어린시절/사진=하워드 슐츠 홈페이지하워드 슐츠 어린시절/사진=하워드 슐츠 홈페이지
◇"많은 문이 면전에서 꽝하고 닫힐 때마다 비참함을 느꼈지만 그럴수록 얼굴은 더욱 두꺼워졌다"= 슐츠는 1953년 미국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동유럽에서 이민 온 고졸 출신 트럭운전수였다. 정부보조 공동주택단지가 그의 가족의 보금자리였다.

자신이 사는 곳을 듣고 표정이 일그러지던 어른들의 반응은 슐츠가 일찍 자립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 공부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운동은 좀 했다. 미식축구 장학금을 받아 노던 미시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

제록스에서의 첫 6개월 동안 슐츠는 잠재 고객들에게 하루 50통 전화를 하고 수많은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이 기간은 그가 앞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밑거름이 됐다.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방의 냉담한 반응은 비즈니스를 위한 대단한 훈련이었다. 그것은 내가 상황에 맞게 빨리 머리를 굴리도록 가르쳐줬다. 그렇게도 많은 문이 내 면전에서 꽝하고 닫힐 때마다 비참함을 느꼈지만 나는 그럴수록 얼굴이 두꺼워졌다."(슐츠의 자서전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 중에서)

/사진=하워드 슐츠 홈페이지/사진=하워드 슐츠 홈페이지
◇"인생은 놓칠 뻔한 순간들의 연속"= 영업사원으로서 숱한 거절에도 버티게 된 그의 태도는 스타벅스에 합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애틀의 조그만 카페 스타벅스는 원래 슐츠가 만든 곳은 아니다. 창업자는 제럴드 볼드윈, 고든 보우커 등 따로 있다.

1980년대 초반, 이미 한 소형 가전회사의 부사장이었던 슐츠는 그곳의 커피 맛에 반해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창업자들로부터 처음부터 '예스'(Yes) 사인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고용하라고 설득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슐츠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너무나도 여러 번, '그건 불가능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다시 한 번'을 외치면서 모든 인내와 설득을 마지막 순간까지 동원했다"며 "인생이란 '놓칠 뻔한 순간의 연속'이고 그 어떤 위대한 업적도 우연히 행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연을 맺게 된 슐츠의 스타벅스는 현재 전세계 77개국에 2만8000여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프라푸치노, 독특한 음악 선곡, 집과 사무실의 중간격인 제3의 공간 분위기 등을 만든 데는 슐츠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1992년 상장한 스타벅스의 현재 시장가치는 847억달러(94조8000억원).

/사진=하워드 슐츠 홈페이지/사진=하워드 슐츠 홈페이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인간적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일"=스타벅스가 '커피' 말고 미국에서 유명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직원들에 대한 처우다. 슐츠는 종업원을 동업자라 불렀다. 호칭만 그런 게 아니다.

스타벅스는 1988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파트타임 종업원들에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줬다. 종업원과 실제 부부 관계에 있는 미혼 배우자에게도 혜택을 제공했다. 이밖에 스톡옵션 제공, 유급 휴가, 육아 휴직, 대학등록금 지원 등 스타벅스의 사내 복지 처우는 앞서 갔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아버지가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던 것은 나의 잘못이다. 그것은 아버지가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꿈의 나라라는 미국에서조차 아버지와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 중)

그는 이제 다음 목적지를 백악관으로 정했다. 슐츠는 트럼프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약 110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얻는 것을 돕겠다고 했고, 동아시아에서 비즈니스를 해본 결과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서는 미국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기후변화나 북핵문제에 있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출마는 현재 무소속이 유력하다. "내가 미국인들에게 제안하는 것은 우리가 꼭 두 개의 정당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양당이 매일 매일 복수(revenge) 정치를 하는 구도에서는 정치를 할 수 없다."(포브스, 2019.2.1)

/사진=하워드 슐츠 홈페이지/사진=하워드 슐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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