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60년 숙원 풀린다"…고속철 '예타 면제'에 웃는 경남

머니투데이 거제·통영=안정준 기자 2019.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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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고속철 종착 거제, 역사 후보지 통영·고성…"무너진 지역 경기 회복되나"

30일 거제 고현시장. 설 대목임에도 시장은 한산했다./사진=안정준 기자30일 거제 고현시장. 설 대목임에도 시장은 한산했다./사진=안정준 기자


"이제 좀 숨통이 트이려나 봅니다"

지난달 31일 경남 거제시 번화가 고현 사거리 일대에는 기대감이 넘쳐 흘렀다. 4조7000억원을 투입해 김천-거제를 잇는 172㎞ 남부내륙철도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예타 면제)가 전일 발표돼서다.

거제 시민들이 '60년 숙원사업'으로 불러온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지금 이 지역의 '희망'으로 떠오른 까닭은 지난 수년간 불황의 골이 너무 깊은 탓이다. 지역 경제를 책임진 조선업이 기나긴 불황에 빠졌고 지역 경기도 덩달아 추락했다. 조선업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2007년 무렵 초 호황기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거제 시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이날 찾은 고현 사거리 일대는 설 대목임에도 한산했다. 조선업 추락이 시작된 2016년 전후로 경기는 줄곧 내리막길이었다고 한다.

2016년 25만7200명이었던 거제시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25만500명으로 줄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유동인구 감소폭은 이보다 더하다는 것이 거제시 설명이다. 아파트 매매 가격은 같은 기간 20.4% 주저앉았다. 신차 등록건수는 15% 감소했고 영화 관람객 수는 20% 줄었다.



30일 거제시 고현 일대 상권에서는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가 드문 드문 눈에 들어왔다./사진=안정준 기자30일 거제시 고현 일대 상권에서는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가 드문 드문 눈에 들어왔다./사진=안정준 기자
상권에는 찬바람이 불었지만 지역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고현시장에서 기름집을 운영하는 오형미(58·가명)씨는 "5년간 너무 힘들었고 특히 지난해 부터가 최악이었다"며 "고속철이 뚫리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나"고 말했다.

고현 A공인중개사 대표는 "끊겼던 문의가 최근 많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며 "아직 시세가 반전됐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제가 '예타 면제'를 통한 고속철 건설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관광수요 확대다.


거제시 관계자는 "조선경기가 살아나지만 예전 초 호황때를 100이라 한다면 이제는 회복을 한다 해도 80이 최선일 것"이라며 "나머지 경기의 20을 관광이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예타 면제'는 이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는 '예타 면제' 확정과 함께 "지역경제 회복과 천만관광 거제로의 전환을 위해 열심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변광용 거제시장의 발언에도 반영됐다.

고현 B공인중개사 대표는 "창원, 부산, 울산 등 1000만명 배후지를 둔 거가대교보다 수도권 2000만명 배후의 고속철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 4시간 30분이 걸리는 서울-거제 이동시간이 2시간40분으로 단축되면 2000만 관광 배후지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포]"60년 숙원 풀린다"…고속철 '예타 면제'에 웃는 경남
남부고속철 중간 역사로 거론되는 통영과 고성에서의 기대감도 상당했다. 통영과 고성 역시 조선업 불황으로 주저앉은 지역경기 회복이 시급한 지역이다. 백두연 고성 군수는 "'예타 면제' 소식으로 고성에서의 기대감도 상당하다"며 "공룡엑스포와 해양지구 등 고성의 관광자원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타 면제'라는 희소식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그만큼 그동안 경남 일대를 할퀸 불황의 골은 깊었다.

거제시 일운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형철(62·가명)씨는 "거제가 수도권 일일 생활권으로 묶이면 숙박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수도권으로의 의료서비스 이탈 등 풍선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현 C공인중개사 대표는 "거제는 보유한 관광자원에 비해 인프라 개발이 상당히 부족하다"며 "인프라 개발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수요 유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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