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IT]“It's different” 외치던 스카이, 이번에도 다를까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19.02.0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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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슬라이드 등 피처폰 시대 이끌어…착한텔레콤 상반기 중 '스카이' 자급제폰 출시

편집자주 ICT(정보통신기술)는 항상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지금의 기술과 기기가 우리에게 어떤 내일을 열어줄 지 기대를 심어줍니다. 그런데 그 시작은 어땠을까요? 어설프기도, 위대하기도 했던 그 첫 발자국.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지금 일상 기술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의 도전과 실패를 통해 오늘과 내일의 IT를 그려보시죠.

스카이 브랜드의 최초 슬라이드 폰(IM-5100) / 사진=유튜브 광고 캡쳐스카이 브랜드의 최초 슬라이드 폰(IM-5100) / 사진=유튜브 광고 캡쳐


“It's different.”

유려한 영어 발음이 인상적인 광고 문구를 기억하는가. 2000년대 고급 휴대전화의 대명사이자 감각적인 광고로 인기를 끌었던 'SKY(스카이)폰'의 슬로건 중 하나다. 광고문구처럼 그 시대 스카이폰은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를 추구하며 피처폰 시대를 선도했다. 브랜드 명칭처럼 고공행진을 거듭했었다.

◇차별화 선도한 '스카이'… 피처폰 전성시대 누리다=스카이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레텍이 1999년 내놨던 프리미엄 휴대폰 브랜드. 2000년 초반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최초 33만 화소 카메라폰, 국내 최초 슬라이드폰, MP3폰, 안면인식폰 등 피처폰 시절 최초 타이틀을 여러 번 차지했다.



카메라폰은 스카이폰의 차별화 전략이 분명하게 드러난 제품이다. SK텔레텍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카메라를 탑재한 사진전송 폴더폰(IM-3100)을 내놨다. 심지어 컬러 촬영이 가능했다. 다만 카메라가 휴대전화에 내장된 형태가 아니라 별도로 연결하는 형태였다. 지금은 상상조차 안 되는 시스템이지만 당시에는 혁신 기술이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스카이폰을 쓰는 사용자들끼리 사진 전송도 가능했다. 단말기 가격만 50만원을 넘었고, 카메라는 별도 구매였다. 당시 휴대전화 가격대가 20만~30만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고가였다.
세계 최초로 카메라를 탑재한 사진 전송 폴더 단말기(IM-3100) /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세계 최초로 카메라를 탑재한 사진 전송 폴더 단말기(IM-3100) /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슬라이드폰은 흥행 대박에 성공한 제품이다. SK텔레텍은 2002년 슬라이드폰(IM-5100)을 출시, 슬라이드폰 시대를 열었다. 흑백 액정에도 불구, 날개 돋힌 듯 팔렸다. 휴대전화 바를 밀어 올리면 자판이 나오는 형태로 당시 플립형 휴대전화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겐 슬라이드를 밀어 올리는 것 자체가 새로운 재미였다. 당시 밀착된 남녀가 서로를 밀어 올리는 형태의 광고는 "스카이는 정말 다르다"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줬다.

슬라이드 형태를 살린 MP3폰(IM-6000)도 인기였다. "같이 들을까"라며 이어폰을 건네는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문제는 음악을 듣는 건 가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MP3를 변환해서 휴대폰에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메신저 '네이트온'을 통해서만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도 MP3폰의 특장점을 반감시켰다.



IM-R100은 최초로 안면인식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다. 안면인식이라고 하지만 얼굴로 잠금이 해제되는 현재 수준과는 격차가 크다. 스카이의 안면인식 기능은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자동 트래킹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줬다. 피사체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2MB(메가바이트) 자동 회전 카메라를 탑재했다. 카메라가 얼굴을 쫒아 인식하다 보니 좀 더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기자가 10년전 사용했던 스카이 슬라이드 폰(IM-S240K). 당시 문근영 폰으로 인기를 모았다./ 사진=김지영 기자 기자가 10년전 사용했던 스카이 슬라이드 폰(IM-S240K). 당시 문근영 폰으로 인기를 모았다./ 사진=김지영 기자
이런 '최초' 기능들은 스카이가 고급 휴대전화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120만대로 생산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쉽게 살 수 없는 제품이 되면서 사용자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갖고 싶은 한정판 느낌과 '011'을 사용하는 프리미엄 전략도 통했다. 제품 특장점을 명확하게 살린 광고 역시 흥행을 견인했다. 스카이폰은 비싼 가격으로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며 국내 피처폰 대중화를 이끌었다. 어찌 보면 애플의 마케팅을 많이 닮았다.

◇스마트폰으로 이어지지 못한 피처폰의 '영광'=스카이 브랜드는 SK텔레텍의 단말기 생산 규모 제한 등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인가조건 등의 여파로 2005년 7월 팬택에 매각된다.

하지만 그 이후 휴대전화 시장의 중심축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변화의 시대를 맞았다. 팬택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어 2010년에만 시리우스, 미라크, 이자르, 베가 등 스마트폰 시리즈를 줄줄이 출시했다. 스카이폰의 스마트폰 도전 초기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고성능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최초 탑재를 내세운 '베가 레이서'가 출시 초반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베가 레이서는 레이서라는 이름과 달리 버벅거렸다. 갑자기 꺼지거나 배터리가 너무 소모되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였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이 팽창하기 시작하면서 주요 제조사들과 경쟁이 극심해졌다. 더 이상 브랜드만으로 명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팬택에 직격탄을 안겼고, 같은 해 상장폐지와 함께 1차 워크아웃에 돌입한다. 팬택은 주요 자산 매각과 스마트폰 사업 성과로 2011년 12월 1차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밀리며 2014년 8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3차례 매각이 무산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쏠리드에 극적으로 인수됐다. 하지만 쏠리드 체제에서도 부활에 실패, 2017년 10월 케이앤에이홀딩스에 단돈 1000만원에 팔린다.
중고폰 브랜드인 착한 텔레콤은 팬택과 협약해 올 상반기 중에 스마트폰 1종과 폴더폰 1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 사진제공=착한텔레콤<br>
중고폰 브랜드인 착한 텔레콤은 팬택과 협약해 올 상반기 중에 스마트폰 1종과 폴더폰 1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 사진제공=착한텔레콤
◇돌아온 스카이폰…이번에도 다를까=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스카이가 다시 돌아온다. 착한텔레콤은 팬택과 손잡고 5년간 스카이 브랜드의 독점 사용권을 받았다. 올 상반기 중에 스마트폰 1종과 폴더폰 1종을 자급제 형태로 출시할 예정이다. 2016년 6월 팬택 스카이 아임백(IM-100) 출시 이후 약 3년 만이다. 벌써부터 30~40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과거 프리미엄 브랜드 영광을 벗어던지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를 건다. 폴더형은 10만원대, 스마트폰이 30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국내 중저가 시장에서 스카이폰의 흥행 가능성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제조사들이 프리미엄뿐 아니라 중저가에서도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프리미엄폰의 고급 기능 일부만 제외할 뿐 소프트웨어 성능이나 배터리 소모 등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디자인도 세련됐다. 새로운 스카이폰이 가성비를 앞세운다고 해도 승산이 있을지 미지수다. 자급제라는 유통망 한계도 불안 요소다.

착한텔레콤은 올 상반기 중 스카이 스마트폰 1종과 폴더폰 1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오는 4월 중순에 폴더 형태의 피처폰이 출시된다. 제품 가격은 10만원대 중반이다. 스마트폰은 5~6월 사이 출시 예정이다. 현재 '스카이원'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되고 있다. 제품은 6인치 정도 크기의 디스플레이와 퀄컴 스냅드래곤 6시리즈가 탑재된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9.0 파이가 적용되며, 나머지 사양은 미정이다. 판매 가격은 20만~30만원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다시 부활하는 스카이가 추억과 가격 외에 새로운 다름을 선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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