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소정책, 차에만 집중…국제주도권 쥐려는 일본"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박준식 기자 2019.02.07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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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재경관 좌담회]"한국, 핵심 규제 1~2개 성공하면 분위기 확 바뀔 것…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시장 확대는 한국에게도 기회"

머니투데이 주최로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재경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 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머니투데이 주최로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재경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 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


올해 세계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 경기 하강 등 위험 요인이 빼곡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두 차례나 내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통상 여건 악화되고 주요국 정보기술(IT)기업들이 투자를 연기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은 두달 연속 감소했다.

머니투데이는 주요국에 파견된 기획재정부 소속 재정경제금융관(재경관)과 세계 경제 현안을 짚어보고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기 위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재경관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김진명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 재경관이 참석했다. 양영권 머니투데이 경제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미국 경기는 지난해 워낙 좋았다. 지금은 어떤가.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미국 잠재성장률이 1.8~2.0%다. 미국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연율 기준으로 4.2%로 높았다. 지난해 상반기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 효과가 반영돼서다. 현재도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감세 정책 및 재정지출 확대는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연말로 갈수록 그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기는 역사상 최장 경기 확장기간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확장기 끝물이라 재정정책을 팽창적으로 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
▶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 미국의 최장기간 확장기는 양적 완화,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치유되면서 시작됐다. 유럽, 일본도 비슷한 정책을 폈고 세계 경제가 부양했다. 하지만 금리 정책을 긴축적으로 하면서 세계 경제가 둔화된 면이 있다.

-중국 경기도 일각에선 경착륙 얘기가 나온다. 중국 경기 하강 원인은.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6%다. 중국 경제가 과거처럼 10% 넘는 성장을 지속할 순 없다. 중국 경기 하강은 이 외에도 미-중 무역갈등, 부채 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재정 정책, 통화 정책 등 중국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많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많다.

▶김성욱 : 중국 경기 경착륙은 중국 밖에서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폴 크루그먼이 쓴 칼럼 제목이 '중국발 세계 경제 불안이 예상된다'였다. 그는 같은 얘기를 2011년에도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항상 위험해 보인다면서 아무 위험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 미국 경제학을 배우고 시장경제 체제가 익숙한 사람에게 패러다임이 다른 중국은 불안해 보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잠시 휴전상태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주요국은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일본은 미-중 무역분쟁이 자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매 월 각료회의를 통해 파악한다. 현재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미-중 무역분쟁→세계 경기 하강→기업 심리 위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 기업은 현지공장 생산품의 수출이 제한될 수 있어 공장을 일본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일본 내각부 경제 총괄 담당 국장이 얼마 전 미-중 무역분쟁 관련 전문가 미팅을 하루에 10개씩 4일 동안 소화했다.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한 3월 1일 이후에 양국 협상이 잘 안되면 중국도 감당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한다.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
▶김진명 : OECD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세계 경제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 미국, 독일, 중국 등 주요국 선행지수가 둔화되고 있다. 일본만 올해 유지하는 정도다. OECD에선 미-중 무역갈등과 더불어 브렉시트, 긴축적인 통화정책, 주요국 금리 인상 등을 세계 경제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성욱 : 미국은 오바마 정권인 2010년부터 제조업 재육성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정책 축이 제조업→서비스·금융 중심으로 옮기면서 금융 위기를 겪었다는 인식에서다. 또 미국이 그 동안 해외 투자를 많이 한 국가인데 자국 기업을 국내로 돌아오도록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박금철 : 중국에선 시장 개방도를 높이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중국은 지난해 네거티브 규제 리스트를 발표했다. 시장 진입이 제한되는 업종을 풀었다. 내·외국 기업을 막론하고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기업이 늘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내수시장도 키우자고 한다. 대외 불안정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일본은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기대가 많을 텐데.
▶정병식 : 일본은 생산성 향상의 일환으로 통상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그 덕에 아베 신조 총리가 반보호무역의 선두주자로 올라갔다. 미국은 일본과 양자 FTA(자유무역협정)를 하려고 한다. 양자 FTA를 체결하면 미국도 CPTPP에 들어올 것이다. 서로 원하는 바를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CPTPP 가입 비용은 지금이 가장 적다고 본다. 미국이 합류한 뒤엔 가입 비용이 올라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얼마 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각국 수소경제 대응책은.
▶정병식 : 일본은 2017년 수소기본전략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 경험이 있는데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아 수소를 중요한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렴하게 생산하고 어떻게 산업공정에 반영할 지가 키포인트다. 현재 수소충전소 100개, 수소차 2400대 정도가 있다. 수지가 맞으려면 수소충전소당 수소차가 700~800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충전소 당 24대 수준이다.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일본은 올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오는 6월 G20 에너지 장관회의를 열고 수소경제를 끌고 가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정병식 : 수소차는 일본이 6개월 앞서 시작했는데 현재 기술 수준은 비슷하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문제는 국제적 위상 등과 연결돼 있다.

▶김진명 : OECD 내에선 일본, 독일, 호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소경제 정책이 수소차에 집중돼있다. 일본, 독일은 조금 더 포괄적으로 접근한다. 진정한 의미의 수소경제를 실현하려면 '그린 수소', '저탄소 수소'를 얻는 것이 핵심이다.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환경 측면에서 전기분해 방식이 가장 낫다. 전기가 싼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는데 태양광, 풍력이 풍부한 지역이 유리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주, 북아프리카, 칠레, 페루를 강점 지역으로 본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와의 협력을 추진해볼 법하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각국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김성욱 :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됐지만 미국에선 거의 쓰지 않는 표현이다. 2011~2012년 나온 첨단제조업 육성전략이 혁신성장과 비슷한 개념일 수 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종합 전략이 없다. 그럼에도 워낙 민간 주도 경제이다 보니 미국이 잘 한다고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오바마정부 때부터 계속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 개인정보 문제, 자율주행차 등 정부가 도와줘야 할 부분을 법·제도로 뒷받침하고 있다.

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
▶정병식 : 생산성 제고는 아베노믹스 3대 축 중 하나다. 일본은 '소사이어티 5.0'을 통해 로봇,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집중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안전 의식이 강하기에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은 문화다. 규제 완화는 샌드박스라는 제한된 제도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금철 : 중국은 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전략이 있다. 모든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더하는 정책이다.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영역도 있는데 중국만의 특징이 있다. 국가 주도 경제이다 보니 새로운 업태가 발생하면 일단 두고 사후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시장을 잡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영역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중국 정부가 해온 방식이다.

모바일 결제인 알리페이가 처음 시장에 등장한 건 2003년이다. 인민은행의 알리페이 규제는 8~9년 뒤에 이뤄진다. 빅데이터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다른 나라처럼 엄격하지 않다.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활용할 여지가 많다. 광군제를 예로 들면 중국 대륙에서 큰 문제 없이 배송이 이뤄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상품 수요가 많은지 미리 파악해 대비하는 것이다.

▶김진명 : OECD에서도 4차 산업혁명보다 디지털 경제라는 표현을 쓴다. 몇 가지 도전요인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디지털 경제가 도래하면서 생산성이 실제 높아지는지, 승자독식 사회가 강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의 문제다. 고정사업장이 없는 기업이 등장하면서 어느 국가가 과세를 할지와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 문제도 있다.

-OECD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구글세 논의 진행 상황은. 관련 기업이 많은 미국은 반대 입장인가.
▶김진명 : 정확히 말하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과세다. 현재까지 합의된 거는 디지털 기업의 정의다. 고정사업장이 없고 무형자산 가치가 크며 이용자 참여가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과세 부분에 있어 국가 간 이견이 많다. OECD는 2020년까지 과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통일된 방안은 권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각국이 필요성을 검토하고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조건에서 독자적인 과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올해 1월부터 디지털 과세를 시작했다. 자국 내 매출액의 3%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머니투데이 주최로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재경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 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머니투데이 주최로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재경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 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
▶김성욱 : 미국은 프랑스가 실시하는 디지털 과세 체계를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업이 다 미국 기업이다. 차별적인 보호무역이라고 본다.

-올해 국제유가는 어떻게 예상하나.
▶김성욱 : 지난해 10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76달러였던 유가는 연말에 5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월가 전망은 올해 60달러대다. 변동성도 작을 것으로 본다. 일단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수요가 약하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감산합의가 쉽지 않은 데다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이 증산할 수 있어 공급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지 않다.

-남북, 북미 관계가 진전하고 있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각국 시선은.
▶김성욱 : 월가 입장에서 보면 남북 관계가 부정적일 때 그 파장은 금융시장에서 단기간에 나타난다. 긍정적 영향은 금융시장보단 실물경제에 장기적으로 반영된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서 한반도는 월가 관심에서 벗어났다. 금융시장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대북 제재 완화→경제협력 활성화 등으로 실물경제는 좋아질 수 있다.

▶박금철 : 중국은 점진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다. 북한 체제가 갑자기 변하면 동북 3성을 통해 바로 영향 받을 수 있어서다.
머니투데이 주최로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재경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 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머니투데이 주최로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재경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식 주일본대사관 재경관, 김성욱 주뉴욕총영사관 재경관, 박금철 주중국대사관 재경관, 김진명 주OECD대표부 재경관/사진=홍봉진 기자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중국 경기하강 등 대외 불확실 요인이 계속 쌓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정병식 :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에서 도약하기도 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각 나라가 뛰고 있는데 우리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을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분위기를 타는 게 있다. 의약품 판매·택시 등 핵심 규제 1~2개 정도를 해결하면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다. 원격 의료 같이 일본에서 못 푼 규제를 치고 나갈 수 있다.

▶김성욱 : 2~3년 간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미중 패권경쟁 같은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려는 중장기 노력이 필요하다.

▶박금철 : 미-중 무역갈등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이 개방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중국 서비스 및 금융 시장을 미국에게만 개방할 순 없다. 우리 기업에게도 기회 요인이다. 4차 산업혁명이든 혁신성장이든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할 것 같다. 수소경제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진명 : 현재 티핑포인트라고 본다. 작은 이벤트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위기가 닥치면 극복하고 좋은 흐름은 지속할 수 있는 경제 복원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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