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 국내 심리치료 새장을 연 '퍼스트펭귄'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9.02.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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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더 20인 인터뷰]심리치료 상담어플 '마인드카페' 창업자 김규태 대표

편집자주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100년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역사적 변곡점마다 젊은 리더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이 나라의 운명을 바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머니투데이가 우리 사회 각 분야 ‘영 리더’(Young Leader) 20인을 선정, 이들이 얘기하는 미래 대한민국 얘기를 들어봤다.

[영리더 인터뷰]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영리더 인터뷰]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


"취업 고민요? 한번도 사업가 이외의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빨리 사업을 하고 싶어서 학교도 조기졸업 했는걸요."



머니투데이의 영리더 20인에 선정된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29·사진)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래사회를 주도하려면 기업인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미 서부 명문 UCLA에서 국제학을 공부하면서 구체화됐다.

개발도상국의 사회·구조적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강의를 듣다 심리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이 때부터 한국의 심리치료 시스템 부족 문제에 주목했다. 사업세포가 꿈틀대고 몸이 근질거렸다. 최단기간인 5학기만에 졸업한 뒤 이듬해인 2014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아토머스를 창업하고 심리치유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론칭했다.



사업은 사회적으로도 이로운 아이템이었다. 한국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자살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을 듯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중 가장 높다. 2위인 라트비아 18.1명과 격차가 상당하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은 13.8명, 흐린 날씨로 유명한 영국도 7.5명에 그친다. 특히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 10~39세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마인드카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자신의 고민을 업로드하면 회원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과 위로를 해주는 방식으로 소통이 이뤄진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처럼 회원간 친구등록을 할 수 있어 상호간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기능도 갖췄다. 보다 전문적인 상담을 원하면 '엔젤'이라 불리는 전문 상담사와 유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 이곳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이들이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는 경험담이 많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625만명이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심리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방치돼 있는 상황"이라며 "마인드카페는 외국의 금주(禁酒)모임처럼 이용자들간의 상호작용으로 집단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대의 나이에 8곳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고 각종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영(young)'이라는 단어는 무게로 느껴졌다. 10대부터 북미에서 생활하다 젊은 나이에 사회에 진출하다보니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는 것. 그는 "투자자나 기술평가사는 몰론이고 주변으로부터 표현하기 어려운 디스어드벤티지(불리함)가 있어왔다"며 "이런 편견때문에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인종이나 나이, 배경보다는 아이디어 자체만으로 평가하고 합리적이면 따라와주는 문화가 있다"며 "우리 사회도 보다 가치를 중시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리더 인터뷰]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영리더 인터뷰]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
-자신의 일을 20자 이내로 설명해달라.
▶현대인의 취약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하나.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건 맞지만 충분히 도달했다고 보진 않는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며 행복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은 현재 운영하는 아토머스 회사를 창업한 것이다. 팀원들과의 소통과 갈등. 투자자 설득과정, 고객에 대한 가설과 실행에 대한 반응 등 소통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압박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번도 피하거나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성찰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풀어가다보면 어떤 리더로 성장할지 답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많다. 젊은 리더로서 도전과 관련 한국사회에서 느낀 점이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스타트업 창업을 했다. 직원이나 외부협력, 투자자 등을 만날 때마다 나이에 대한 편견 때문에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부분, 즉 디스어드벤티지 있어왔다. 특히 공공기관 대기업 출신 업무체계의 고정관념이 발전적 토의를 가로막았다. 그래서 새로운 가치를 설득하는데 어려움 많았다. 대학 시절 캘리포니아나 실리콘밸리를 경험해보면 인종, 나이, 백그라운드보다는 그 사람의 아이디어 자체만으로 평가하고 합리적이면 따라주는 문화가 있다.

-영리더로서의 성과와 틈새 전략이 있다면.
▶직원이나 투자자에게 우리가 만든 서비스에 대한 지표나 실행력으로 증명했다. 8개 기관으로부터 투자 유치가 그 결과물이다. 지금 60명의 직원이 직간접적으로 일한다.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한 틈새전략으로는 나의 의견을 존중하고 믿어주는 영향력있는 연장자를 통해서 의견을 관철시키곤 한다.

-세대를 넘어 리더가 갖는 조건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경험과 비추어 설명해달라.
▶7전8기의 도전이 있었다고 본다. 이들은 자기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가 있다. 모든 대회에서 압도적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던 남자 100m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도 10대에는 1등 선수가 아니었다. 천재성 때문에 노력 없이 우승하는것처럼 보이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나도 창업을 시작하고 디캠프에서 피티할 때 처참한 결과를 받아든 적이 있다. 혹평을 들었다. 2년 지난 지금 발표만 가지고 평가받는 ‘도전 K-스타트업’(최대규모 스타트업 경진대회, 108개국 5770개팀이 참여)에서 57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톱10에 들었다. 장관상과 1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평소에 생각하는 영 리더 대표주자를 꼽는다면.
▶리드라는 회사가 있다. 획일화된 교육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를테면 AI 통해서 자주 틀리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여줘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개선하게끔 유도한다. 이 회사의 장영준 대표는 미국에서부터 알고 있던 사이인데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다. 소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해 해당 분야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타고난 강점을 계속 발견시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한다.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한국사회에서 영 리더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사회 영리더는 불확실하고 위험해서 쉽사리 실행하기 어려운 일을 먼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고 실행해서 2차 3차로 사람의 도전을 끌어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펭귄 무리에서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 같은 사람이다. 모두 도전한다고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도전에 대한 약점을 성찰하고 보완해 나간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들이 많다. 영리더로서 생각하시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중이나 언론은 모든 사건이나 사안을 피상적이거나 이분법적으로 보는 경향 있다. 사람은 입체적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노출될 때는 좋은사람 아니면 나쁜사람으로 구분한다. 마녀사냥이나 영웅만들기가 빈번한 사회다. 다른 국가보다 이런 사례가 많다. 본질적인 철학이나 고민이 적다보니 냄비처럼 쉽게 끓고 빨리 식는다. 우리 사회가 성숙하려면 언론은 사람을 이해하려 하고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깊숙한 얘기를 담아야 한다. 예단해서, 유형화해서 보도하는 경향을 지양해야 한다. 정황이나 상황에 대한 배려 있는 사회가 형성됐으면 한다.

-올해로 머니투데이는 20살이 됐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 소설이자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보면 잡화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의 고민을 들으면 손편지를 써서 상점 밖에다 두고 이걸 보는 사람들이 좌절하기도 하고 희망을 갖게 되는 내용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기자의 의견이나 사실전달에 그칠 수 있지만 주변은 그 기사로 꿈과 희망을 갖게 되고, 정책결정자는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이다. 어쩌면 마인드카페의 본질과도 유사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사회에 많은 영향을 준다 마음으로 보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영리더 인터뷰]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영리더 인터뷰]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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