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청년구직자에게 공공기관 채용관련 정보와 노하우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이번 박람회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130여개 주요 공공기관과 2만여명의 취업 준비생이 참가한다. 2019.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 뜻대로 명퇴 활성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년까지 보장되는 공공기관을 그만 두고 남은 기간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아 가면서 명퇴할 이유가 없다"는 한 공기업 인사의 지적은 명퇴가 정착하기 힘든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령 정년을 4년 앞둔 연봉 1억원 임원의 명퇴금은 기준급여 4500만원(1억원 X 45%)에 2년(4년의 절반)을 곱한 9000만원이다. 임금피크제로 정년이 다가올수록 임금이 주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기간 연봉의 30~50%를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명퇴 활성화의 관건은 결국 돈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명퇴금이 너무 적다며 기준 변경을 진작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민간 금융회사 수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명퇴금으론 명퇴자가 나올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금융공기업에서 명퇴자는 거의 없었다. 공무원연금을 받는 공무원과 동일한 명퇴 기준을 적용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불만 역시 있었다.
정부도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명퇴금 제도 개편 작업을 착수하면서 호응했다. 청년실업 문제를 마주한 정부와 금융공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자발적인 명퇴자 발생→신규 채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고민이 많다. 우선 이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금융공기업에게만 명퇴금을 더 얹어주기엔 부담이 크다.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어서다. 고액 연봉 기관이 대다수인 금융공기업에 명퇴금을 더 지급했다가 국민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전체 공공기관에 적용할 단일한 명퇴금 기준을 도출하는 게 정부 목표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임금피크제 구조, 고연차 임·직원 분포, 기관 규모 등 공공기관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명퇴금이 확 늘어나는 쪽으로 기준을 변경하면 무임승차하는 소규모 공공기관이 발생할 수 있다.
명퇴금 기준을 개편할 경우 청년 채용이 얼마나 증가할 지도 따져봐야 한다. 고연차 임·직원이 많은 항아리형 조직 입장에선 명퇴자가 생겨도 굳이 신규 직원을 뽑을 이유는 적다. 비정상 조직을 정상화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어서다. 명퇴금 확대에 따른 추가 재원 부담 역시 살펴볼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