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MT리포트]'IMF 트라우마'에도 명퇴 유도…무임승차 公기관 나올 수도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9.01.31 18:02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명퇴의정석]정부, 전체 공공기관 명예퇴직금 제도 개편 검토…자발적 명퇴자 증가→신규채용 정착 원하지만 단일 기준 도출 쉽지 않아

편집자주 새해 들어 은행권에서 시작된 명예퇴직이 일반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예’는 빛바랜 수식어일 뿐,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서글픈 퇴장인 경우가 많다. ‘내년 설에도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모처럼 모인 가족·친지를 바라보는 한국의 중장년들의 어깨를 부양의 무게가 짓누른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청년구직자에게 공공기관 채용관련 정보와 노하우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이번 박람회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130여개 주요 공공기관과 2만여명의 취업 준비생이 참가한다. 2019.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청년구직자에게 공공기관 채용관련 정보와 노하우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이번 박람회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130여개 주요 공공기관과 2만여명의 취업 준비생이 참가한다. 2019.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많은 퇴직자가 거리로 나온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에 있어 '명예퇴직'는 일종의 금기어였다. 정부가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명퇴 활성화를 제시한 건 이례적이었다. 청년 고용 대책의 일환이었다. 정부가 공공기관 고연차 직원의 퇴직을 유도할 만큼 청년 실업을 심각하게 여겼다는 의미다.

[단독]338개 공공기관, 명예퇴직 활성화…청년 일자리 늘린다

정부 뜻대로 명퇴 활성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년까지 보장되는 공공기관을 그만 두고 남은 기간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아 가면서 명퇴할 이유가 없다"는 한 공기업 인사의 지적은 명퇴가 정착하기 힘든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공기관 임·직원 명퇴금은 공무원 기준을 준용한다.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을 1년 이상 남은 임·직원이 대상이다. 명퇴금을 산정할 때 기준급여는 연봉의 45%다. 여기에 정년까지 남은 기간의 절반을 곱한 금액을 명퇴금으로 지급 받는다.

가령 정년을 4년 앞둔 연봉 1억원 임원의 명퇴금은 기준급여 4500만원(1억원 X 45%)에 2년(4년의 절반)을 곱한 9000만원이다. 임금피크제로 정년이 다가올수록 임금이 주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기간 연봉의 30~50%를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명퇴 활성화의 관건은 결국 돈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명퇴금이 너무 적다며 기준 변경을 진작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민간 금융회사 수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명퇴금으론 명퇴자가 나올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금융공기업에서 명퇴자는 거의 없었다. 공무원연금을 받는 공무원과 동일한 명퇴 기준을 적용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불만 역시 있었다.

정부도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명퇴금 제도 개편 작업을 착수하면서 호응했다. 청년실업 문제를 마주한 정부와 금융공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자발적인 명퇴자 발생→신규 채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고민이 많다. 우선 이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금융공기업에게만 명퇴금을 더 얹어주기엔 부담이 크다.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어서다. 고액 연봉 기관이 대다수인 금융공기업에 명퇴금을 더 지급했다가 국민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전체 공공기관에 적용할 단일한 명퇴금 기준을 도출하는 게 정부 목표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임금피크제 구조, 고연차 임·직원 분포, 기관 규모 등 공공기관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명퇴금이 확 늘어나는 쪽으로 기준을 변경하면 무임승차하는 소규모 공공기관이 발생할 수 있다.

명퇴금 기준을 개편할 경우 청년 채용이 얼마나 증가할 지도 따져봐야 한다. 고연차 임·직원이 많은 항아리형 조직 입장에선 명퇴자가 생겨도 굳이 신규 직원을 뽑을 이유는 적다. 비정상 조직을 정상화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어서다. 명퇴금 확대에 따른 추가 재원 부담 역시 살펴볼 점이다.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