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대기업 명퇴, 조선 등 불황 업종에 집중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9.01.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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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의 정석]

편집자주 새해 들어 은행권에서 시작된 명예퇴직이 일반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예’는 빛바랜 수식어일 뿐,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서글픈 퇴장인 경우가 많다. ‘내년 설에도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모처럼 모인 가족·친지를 바라보는 한국의 중장년들의 어깨를 부양의 무게가 짓누른다.

"오늘 새벽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2015년 12월 16일, 당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2세 사원’을 포함해 입사 6개월 된 사원급 직원까지 희망퇴직 면담을 했던 두산인프라코어 (7,970원 0.00%)의 인력 조정작업에 제동을 걸었다.

박 회장은 "건설기계업이 예상치 못한 불황이라 (세계 1위인) 캐터필러까지 3만명씩 감원했다"고 했지만, 사원·대리급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한 두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통상 명예퇴직은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두산의 신입사원 희망퇴직은 큰 상처를 남겼다.

명예퇴직은 연령과 근속연수, 직급, 정년 잔여 기간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장기근속자에게 규정상의 퇴직금 외에 금전적·비금전적 추가보상을 제공해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하면, 회사는 이를 심사·승인해 최종 대상자를 확정한 뒤 퇴직금 및 위로금을 지급하거나 전직과 자립을 지원하게 된다. 개별 기업에선 희망퇴직이나 조기퇴직, 선택정년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실시된 명예퇴직은 두산 사례처럼 해고에 따른 부정적 측면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MT리포트]대기업 명퇴, 조선 등 불황 업종에 집중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된 명예퇴직은 불황이 이어지면서 고정비(인건비)를 절감해야 하는 구조조정기에 실시됐다. 조선업 부진으로 '적자 늪과 일감 절벽'에 시달렸던 삼성중공업과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 기업에 팔린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 (9,470원 ▼170 -1.76%)은 지난해 11월, 근속 7년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기존 희망퇴직 위로금에 △1959~1960년생 1000만원 △1961~1963년생 2000만원 △1964~1978년생 4000만원 추가 지급했다. 희망퇴직 위로금 범위는 8400만원에서 1억6600만원 등 한시적 특별위로금을 더하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대학생 자녀학자금 지원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고 1959~1963년생 희망퇴직자에겐 정년 메달(금 10돈)을 지급했다. 협력사나 경남 거제시 일자리 지원센터와 연계해 희망퇴직자 재취업도 지원했다.

금호타이어 (6,610원 ▲120 +1.85%)도 지난해 12월에 생산직 전체 사원을 대상으로 근속연수와 남은 정년기간을 고려해 위로금을 산정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8년 이상 근속자는 18개월분, 16년 이상 근속자는 16개월분, 14년 이상 근속자는 14개월분, 10년 이상 근속자는 12개월분, 10년 미만 근속자는 10개월분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재계는 해고 유연성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조직 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합법적으로 고용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은 명예퇴직이 유일하다며 명퇴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명예퇴직제도는 기업의 유휴인력 해소와 신규채용, 승진정체 완화 등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조직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퇴직금 외에 위로금 등 추가보상을 받고 새로운 인생 계획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임금피크제로 낮은 임금을 받는 직원 중 일부는 퇴직 후 자립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명예퇴직을 선호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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