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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명퇴도 이직도 안되는데.. 무조건 줄여라?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9.01.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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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의 정석]3급 이상 간부 35% 줄여야 하는 금감원, '승진절벽'에 직원간 '세대갈등'

편집자주 새해 들어 은행권에서 시작된 명예퇴직이 일반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예’는 빛바랜 수식어일 뿐,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서글픈 퇴장인 경우가 많다. ‘내년 설에도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모처럼 모인 가족·친지를 바라보는 한국의 중장년들의 어깨를 부양의 무게가 짓누른다.




"명예퇴직도 안되고 이직도 못하는데 이제부터는 나이 50살은 돼야 팀장이 될까 말까 하겠네요."(금융감독원 직원)

지난 30일 기획재정부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3급 이상 간부 비중을 5년내 35%로 줄이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입사 10년이 넘은 금감원 4급 선임조사역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간부 비중을 줄이려면 일단 4급 직원의 3급 승진을 가급적 막아야 하는 탓이다.

금감원 정규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1958명인데 이 중 3급 이상이 846명이다. 3급 555명 중에서 3분의 1만 팀장이라 3급 전체를 '간부'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지만 대외적으론 3급부터가 관리자급에 해당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금감원 간부 비중은 현재 43%다. 기재부 주문대로 3급 이상 비중을 35%로 낮추려면 5년 안에 151명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일반기업이라면 희망퇴직(명예퇴직)으로 간부를 내보내면 되지만 금감원은 '퇴로'가 막혔다. 명예퇴직금(이하 명퇴금)이 '쥐꼬리'라서 조기 퇴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금융위원회 산하에 있는 무자본 특수목적 법인인 금감원은 공공기관과 동일한 명예퇴직 제도를 운영한다.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 1년 이상 남은 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데, 기존에 받던 급여의 45%를 기준으로 남은 개월수의 절반을 곱한 만큼 명퇴금을 준다.

직급별로 다르긴 하지만 남은 기간 받을 수 있는 급여의 30%를 명퇴금으로 받을 수 있다. 부서장을 지내고 정년 4년을 앞둔 56세 금감원 직원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으면 4년간 총 275%의 급여를 받는다. 연평균 약 68% 수준이다. 명퇴금 30% 대비 2배 이상 많기 때문에 굳이 조기에 퇴직할 이유가 없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금감원 직원은 현재 97명이다.


재취업 제한도 깐깐하다. 금감원은 입사 6년 차인 4급 선임부터 재산신고를 해야 하고 재취업을 하려면 직전 5년간 금감원에서 담당한 업무와 연관성이 없어야 한다. 업무 연관성이 있는 직장으로 가려면 퇴사 후 3년을 기다려야 한다. 재취업 제한을 받는 직원은 전체의 80%다. 게다가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이후론 전체 직원의 20%를 외부 전문 경력직으로 채워야 한다. 경력직은 대부분 연차가 높아서 관리자 비중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승진이 막힌 4급 이하 직원들과 관리자급 직원간의 세대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관리자 비중을 줄이려면 잔여 기간의 80% 정도는 명퇴금으로 줘야 퇴로가 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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