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 한투證, 제재 결론 안 나는 이유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임동욱 기자 2019.01.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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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주장 팽팽…"금감원 논리 약하다"는 평가도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 한투證, 제재 결론 안 나는 이유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당대출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69,900원 ▲100 +0.14%))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주장과 달리 일부 위원들 사이에서 개인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두 차례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못 내리면서 제재 여부와 수위에 대한 결정은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됐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제재심에 한국투자증권 안건을 올리지 않은 데 이어 다음 달 일정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설 연휴와 금감원 내부 인사 등과 맞물려 제재심 개최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한국투자증권 안건의 상정 여부를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본원 회의실에서 제1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규정 위반 등 종합검사 결과를 심의했지만 밤 11시가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못 내린 데 이어 두 번째 회의에서도 결론을 미뤘다.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으로 개인 대출을 해줬는지 여부다. 2017년 8월 '키스아이비제16차'라는 특수목적회사(PSC)가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발행했고 그 전단채를 한국투자증권 IB(투자은행)본부에서 인수해 팔았다.



SPC는 그 자금으로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로부터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계약을 맺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전단채 만기가 돌아왔을 때발행어음 자금으로 사모사채형식으로 이 SPC에 투자했다.

금감원은 주식 소유권은 SPC가 갖지만 수익과 손실은 최태원 회장에게 귀속되는 TRS 거래 구조를 고려하면 발행어음 자금으로 최 회장 개인에게 주식담보대출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금융 성격인 SPC에 투자한 것이고 최 회장은 그 전에 SPC와 TRS라는 파생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SPC에 대한 투자는 개인대출이 금지돼있는 펀드 등도 동일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만 유독 개인대출이라는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TRS 역시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파생상품인데 이 자체를 금감원이 부정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제재 여부와 수위 결정이 미뤄진 주된 배경이 금감원이 위원들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해서라는 평가도 있다. 이달 제재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논리가 약하고 (제재 결정을 위해) 억지로 붙잡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다음번 제재심에서도 다시 한 번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제재심이 미뤄지면서 당장 발행어음 영업 정지라는 화살은 피했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 없어 발행어음 조달과 운용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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