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터리시장은 그동안 전기차 선두업체 테슬라를 독점한 파나소닉에 힘입어 일본이 앞서는 가운데 중국이 내수물량으로 CATL, BYD를 키우는 양강 체제였다. 하지만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인다. 독일 폭스바겐이 2025년까지 전기차 50종을 연간 300만대 생산키로 했다. 폭스바겐이 선택한 배터리 메이커가 LG화학 (370,500원 ▼8,000 -2.11%)과 삼성SDI (401,000원 ▼4,500 -1.11%),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이다. BMW, GM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산업 보고서에서 "한국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기술력에선 일본에, 성장 잠재력에선 중국에 뒤쳐진다"며 "한국이 중국, 일본 사이에서 넛크래커(호두를 양쪽으로 눌러 까는 기구)에 낀 호두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재료·인프라 3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밝힌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어려움이 엿보인다. LG화학은 4위, 삼성SDI는 6위에 랭크됐다. 상위 8개 업체들이 100% 이상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LG화학과 삼성SDI만 각각 38.6%, 21.4%의 성장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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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0% 성장하는 유일한 산업…기업 적극적 R&D·정부 전폭지원 필요해=경쟁이 치열하지만 전기차용 배터리가 새로운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매년 40% 이상 성장하는 산업은 배터리가 유일무이하다. 각국의 규제 흐름도 전기차에 우호적이다. 특히 배터리시장은 과점화될 수밖에 없다. 기술과 규모의 진입장벽이 높아서다. 신규 진입시 조단위 투자는 물론 7~10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2020년 이후 한국 배터리산업의 미래는 밝다는 게 국내 3사의 판단이다. 중국 정부가 2020년 보조금을 폐지한다는 것도 긍정적 신호다. 핵심은 일본을 극복할만한 기업의 적극적인 R&D(연구개발) 투자와 중국 정부만큼은 아니어도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잘 아는 경쟁국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파나소닉이 최근 테슬라와의 독점계약 고리를 끊고 세계 1위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전지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수요 다변화를 통해 한국 기업 성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도요타의 전기차 생산 확대도 가시적이다. 기술력에 내수시장을 더하는 형국이다.
중국도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유럽과 미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ATL , BYD 외에 신규 배터리제조사들의 국제무대 데뷔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테슬라 공장을 베이징에 유치하면서 리선(力神)과 계약을 종용하고 있다. 역시 중국 업체인 패러시스는 최근 다임러의 대규모 물량을 수주했다.
동아시아 3국의 배터리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근본적 질문이 부상한다. 배터리는 과연 새로운 시대 '산업의 쌀'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분명한 건 선진국들이 속속 배터리 생산에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양은연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 연구원은 "차세대 배터리기술 개발이 시급한 만큼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정부는 세제지원 등 인프라 확충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