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앞두고 본사 이전?…다이슨 "미래 위한 결정일 뿐"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1.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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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대표 혁신기업 다이슨, 수 개월 내 영국→싱가폴 본사 이전 계획 밝혀…정치권 "위선자" 비난 제기

제임스 다이슨 창업자/AFPBBNews=뉴스1제임스 다이슨 창업자/AFPBBNews=뉴스1


청소기로 유명한 영국 다이슨이 본사를 싱가폴로 이전한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민감한 영국 정치권에서는 스타기업의 본사 이전이 영국 산업계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해 비난이 잇따랐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다이슨은 앞으로 수개월 내에 영국에서 싱가폴로 본사를 이전할 방침이다.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미래 대비를 위한 결정"이라며 "지난 수 년간 지켜본 결과, 아시아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이슨은 이미 모든 제품을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한 해 영업이익의 50%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다이슨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0% 성장한 35억파운드(5조1133억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 가량 증가해 8억1000만달러(1조1834억원)에 달했다. 이익 증가분의 75%가 아시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이슨이 브렉시트를 앞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정치권은 거세게 비난했다.

그동안 이 기업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은 유럽연합(EU) 밖에서 더 많은 부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해 온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본사를 싱가폴로 이전하겠다고 결정하자 레베카 롱 베일리 노동당 대변인은 "영국 노동자는 물론 산업 정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고 웨스 스트리팅 노동당 의원은 제임스에 대해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다이슨이 더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본사를 이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싱가폴의 법인세율은 17%로 영국(19%)에 비해 낮다. 영국매체 더 타임즈는 다이슨의 이번 결정으로 영국은 한 해 약 6000만파운드(877억원)의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다이슨 측은 "이번 이전 결정은 브렉시트와 무관하다"며 "법인세율도 본사 이전의 동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임스 다이슨은 개인적 언급을 삼갔다.

로완 대표는 "연구개발 시설 등 이미 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영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번 본사 이전으로 싱가폴로 옮겨가는 직원도 최고재무책임자와 최고법률책임자 등 단 두 명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동안 다이슨이 영국의 혁신기업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만큼 이번 본사 이전이 갖는 상징적 파장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다이슨은 지난해 10월, 싱가폴에 2020년까지 전기차 조립 공장을 만들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차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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