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에 10兆 바나듐?.. '돈스코이호' 데자뷔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1.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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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듐 대거 매장 주장한 코리아바나듐, 과거 우라늄 개발 추진한 호주 업체 인수…우라늄 채광 재추진 의혹 제기돼

바나듐 책자 원문(207페이지)/사진제공=한국광물자원공사바나듐 책자 원문(207페이지)/사진제공=한국광물자원공사


충청 지역에 10조원 상당의 바나듐이 묻혀 있다는 주장을 펼친 광산개발업체가 과거 이 지역에서 우라늄 채광 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바나듐 광산 개발을 명목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던 우라늄 채광을 다시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공사 차원에서 해당 지역의 바나듐 매장량을 조사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은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22일 광물자원공사가 발간한 책자 '바나듐(Vanadium, 광상·선광·제련·배터리)'에는 대전시, 충북 보은군, 충북 괴산군 일대에 바나듐 22.2만톤이 매장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10조원에 해당한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 바나듐 채광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바나듐은 고강도 합금과 화학산업 촉매제 등에 쓰이는 희소금속으로,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책자 발간에 참여한 업체의 주장일 뿐이지, 공사 차원에서 매장량 조사를 진행한 적은 없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책자는 해외광물자원개발협의회 회원사간 기술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학계와 민간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실제로 바나듐 매장량을 언급한 부분에선 '코리아바나듐에 따르면'이라며 업체명을 명시하고 있다.

매장량을 조사한 코리아바나듐은 한국 업체 디에스티(구 한국자원투자개발)와 호주 광산개발업체 프로틴에너지의 합작사로 알려졌다. 디에스티는 과거 대전과 충청 지역에서 우라늄 광산 개발을 추진한 호주 회사 스톤헨지코리아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스톤헨지코리아는 2012년 우라늄 채광 계획을 발표하고 대전과 충청 지역 광업권을 획득했다. 2013년에는 대전에서 시추작업을 통해 우라늄 함유량과 경제성 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사능 노출과 지하수 오염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은 무산됐다.

코리아바나듐의 '바나듐 띄우기' 뒷배경에 바나듐을 앞세워 과거 좌초된 우라늄 개발을 재추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겠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업체가 주장하는 바나듐 매장량이 공사로부터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공사 관계자는 "매장량이 확인된 것과 개발가능여부는 별개의 사안이고, 매장된 광물자원의 가치는 광물가격, 개발환경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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