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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대답 2

머니투데이 이신주 작가 2019.02.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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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 '단일성 정체감 장애와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 <9회>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Q :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인 사람이 분명히 똑같은 말에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어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죠?

A : 단일성 정체감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똑같은 자극에 언제나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격이란 것은 크고 복잡한 물건입니다. 단순히 입력정보에 따른 값을 내놓는 전자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이지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일반인보다도 더욱 넓은 스펙트럼을 보이는 것이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감정입니다.

때때로 그들이 전혀 다르거나 예측할 수 없는, 이를테면 충동적인 행동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만 그것 또한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기복의 범위입니다. 여러 겹의 밴드가 해야 할 일을 하나에 맡긴다면, 자연스레 가장 좁을 때와 가장 넓을 때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겠죠.



Q :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와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섣불리 다가가면 뭔가 실수를 할까 두려워요. 그렇다고 너무 신경 써주면 그것도 실례가 되겠죠?

A : 가장 생색내기 좋고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이 책을 비롯한 단일성 정체감 장애 관련 서적을 시험공부 하듯 달달 외워 정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감이란 마음에서부터 피어나는 것이지 바깥에서 주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내 눈앞의 사람이 나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출발하여 다른 길에서 다른 시선으로 이 세상을 느끼고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일반인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들을 대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지요. 정보나 사실들은 결과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공감의 기틀을 쌓기 위한 발판 이상의 의미를 그것들에 부여해선 안 됩니다.

마음과 마음이 잘 맞는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입니다. 그들은 강한 자기중심적 경향만큼이나 애착도 강하기에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을 만난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의 기쁨을 상상해보세요.

Q :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와 일반인의 결혼, 출산이 금지된 까닭은 무엇인가요?

A : 일견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란 것은 아름다운 관계이며, 악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동기로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법은 꼭 악의적인 행위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공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는 현상이 명확한 악의에서만 발생한다고 믿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일이지요.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개념에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이는 ‘경향’과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이 아니라 실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를 통하여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호불호의 영역을 떠난 성스러운 감정이며 따라서 결혼은 법률 이상의 초월적인 관계를 함의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필연적으로 다인격 특성의 배우자와 갈등을 빚거나, 애착 관계를 형성한 단 하나의 주인격을 제외한 나머지를 거부하게 됩니다. 이는 종종 강한 통제와 더불어 비정상적인 집착으로 이어지곤 하지요. 이 관계의 결말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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