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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게 짠 ‘결의 미학’…비구상화에서 수많은 사연을 접하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1.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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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용 작가 개인전, 19~27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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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선(線)은 그 단순한 표현에도 수많은 상상과 해석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예술적이고 실험적이다. 감상으로는 쉬워 보이는 ‘그리기’지만 선의 위치와 굵기, 구성과 여백의 의도적 연출을 구상할 때 작품은 예술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이 단순함 속의 복잡한 연출, 쉬워 보이는 감상을 넘어 다양한 고민과 해석을 안겨주는 작품을 박종용(백공미술관 관장) 작가에게서 맛보는 기쁨은 남다르다.

로스코의 미학이 선에 있다면, 박 작가의 미학은 결에 있다. 그는 나무나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인 결을 통해 자연의 진실과 본질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회화를 시작할 때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극사실화에서 10여 년 전부터 비구상화에 매진한 박 작가는 ‘겉모습을 본뜨는’ 작업의 한계를 느끼고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한 셈이다.

박 작가는 “구상화는 보이는 아름다움이 전부이지만, 비구상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이상의 다양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어떤 사물의 속성은 이를 마주하는 이의 느낌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작업하는 재미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세상 만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왔듯, 그 과정 속의 역사를 오롯이 길어내는 작업이 ‘결’이다. 박 작가가 드러내는 작업은 결국 만물의 역사를 더듬고 싶은 욕망의 결과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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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그의 전시는 오랜 세월 땀 흘려 만든 노동의 역사이자, 사소한 사물의 우주관을 엿보는 기회가 될 듯하다.

이번 전시에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 돌, 나무 등 친화적 재료를 캔버스에 담은 작품 40여 점이 선보인다.

규칙적인 색, 점들의 나열로 보이는 단순한 표피를 자세히 관찰하면 한 점, 한 점 크기와 균형이 각기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닮은 모습이라도 각기 다른 삶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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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한 작품당 1만 개 점을 찍는데, 무수한 점들이 모두 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며 “관람자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작품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모든 작품을 ‘무제’로 통일한 것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기 위해서다. 촘촘하게 짜인 작품이 때론 ‘예쁘게’ 보이다가도 때론 분노의 얼굴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대하는 평가도 그런 ‘이중성의 해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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