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A' 美 진출 놓친 KAI, 홀가분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01.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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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수주 가능성 높았던 데다 민수 시장 전망 밝아…김조원 사장 "T-50 환상에서 깨어나야"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17일 서울 공군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17일 서울 공군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T-50의 환상에서 깨어나 다시 태어나야 한다"

17일 서울 공군회관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 (53,000원 ▼200 -0.38%)산업(KAI) 최고경영자 주관 간담회. 지난해 고배를 마신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수주전 관련 얘기를 꺼낸 김조원 사장의 어조에는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KAI는 회사가 제조한 토종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한 'T-50'을 앞세워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APT 수주에 도전했었다. 미국 공군이 사업에 책정한 예산 규모가 163억달러(약 18조1000억원)에 육박한 초대형 수주전이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20년 먹거리가 확보된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당연히 회사 내부의 기대도 컸다. 게다가 T-50A는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경쟁사 기체와 달리 기반 모델 T-50의 검증된 우수성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결국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사업을 가져갔고, 이는 한때 내부 사기저하로까지 연결됐다. 2017년 불거진 방산비리 및 분식회계 의혹의 충격을 추슬러야 할 '구원투수' 김 사장에게는 악재였다.



하지만, 이날 김사장을 비롯, 간담회장에 참석한 경영진들은 지난해 수주 실패에 따른 아쉬움을 떨쳐낸 것으로 보였다. 김 사장은 수주 실패를 글로벌 방산시장의 냉혹함을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다잡았다는 후문이다.

과거 정부의 '군수공장' 격으로 운영되던 시절의 타성에서 벗어나야 'T-50의 환상'을 떨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T-50은 사실상 정부가 KAI에 개발 용역을 준 사업인데 그런 식으로 일하면 다른 사업도 힘들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가수주로 사업 수익성이 낮은 군수업계에서 미국 수주전은 따지고 보면 '계륵'이었다는 점도 'T-50은 환상' 발언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당시 보잉 컨소시엄은 해당 사업을 92억달러(약 10조2000억원)에 따냈는데 이는 미국 공군이 사업에 책정한 예산 규모를 무려 8조원 가량 밑돈 수준이었다. 당시 KAI 컨소시엄이 써낸 것으로 추정된 입찰가격 14조~15조원 보다도 5조원 가량 낮았다. 저가 수주였던 셈이다.

보잉 컨소시엄은 당분간 막대한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방산비리와 분식회계 의혹을 겪고 새로 태어나야 하는 KAI에 이 같은 수주는 불가능한 일이다.



T-50 환상을 털어낸 KAI는 민수 시장 개척을 새 목표로 삼았다. 이날 KAI는 2017년 1조7000억원 규모였던 민수 생산규모를 2030년 6조8000억원으로 4배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발판으로 전체 항공우주 생산규모를 같은 기간 4조원에서 20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포부다.

김 사장은 "군수에서 축적한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민수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KAI가) 정부 군수공장에서 벗어나 진정한 항공우주 업체로 태어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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