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R&D사업 일몰' 연장해야, "창업 샘 마르게 할 건가"

머니투데이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2019.01.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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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인기자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인기자


테슬라, 딥마인드(미국), 바이트댄스, 샤오미(중국)는 전 세계의 혁신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은 이러한 혁신적 기업을 끊임없이 발굴·육성해 국가의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올해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철강업 등의 쇠락에 이어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자동차 산업도 이러한 징후가 보이고 있다.

이는 그간 우리 경제의 중심이었던 대기업 위주의 성장과 Fast-Follow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위와 같은 방식은 고용 없는 성장, AI·블록체인과 같은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의 대응 부재로 미래 먹거리를 지속 공급하지 못함에 따라 국가적 성장이 정체된다.



이에 어려운 경제를 타개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혁신성장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대기업은 조직이 비대하고 관료화돼 있어 점진적 혁신은 가능하지만 파괴적 혁신은 어렵다.

이에 반해 중소·중견기업은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인력과 역량에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테슬라나 바이트댄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고 창업에 도전해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들을 통해 First-Mover로 전환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 년간 많은 정책을 펼쳐 왔다. 문재인 정부는 창업벤처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시켰으며, 모태펀드 출자 확대를 통해 창업 자금을 공급하고 다양한 창업·성장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등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벤처투자가 3조원을 넘었고, 2016년말부터 등록제로 시행된 초기 전문 투자보육기관인 액셀러레이터가 134개로 늘어났다. 또한 초기 창업생태계를 대표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은 사업시행 5년간 총 679개 창업팀을 발굴·육성해 작년에 티앤알바이오팹(시가총액 707억원), 지놈앤컴퍼니(시가총액 1614억원) 2개 상장사를 배출했다. 그리고 지원받은 창업기업은 벤처캐피탈, 대기업 등으로부터 9994억원의 후속투자(정부지원금의 4배)를 유치해왔다. 또한 창업기업당 5.3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대단히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고조된 창업·벤처의 열기가 정부 연구개발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결정에 따라 내년에 ‘R&D사업 일몰’ 적용을 받으면서 급전직하할 위기에 처했다. 일몰은 사업을 접는다는 말로 2020년부터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R&D자금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R&D사업 일몰은 팁스를 포함한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과 같은 창업기업 육성사업을 통해 매년 1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해 오다가 한 순간에 끊겠다는 것이다. 물론 과기부가 적용한 일몰제도는 재정투자의 효율성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해 봐야겠지만, 이렇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국가적 미래 준비가 필요한 시점에서 일몰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긴히 따져보아야 한다.

스타트업 육성 R&D사업을 일몰한다는 것은 스타트업 육성 목적이 달성되었다는 말인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마치 총량제처럼 정해진 목표 만큼의 스타트업 개수를 지원하면 사업 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본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 목표 개수는 어떻게 계산한 것일까? 최단 기간에 목표 기업수를 지원해서 사업을 일몰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알아서 창업하고 성장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인지, 스타트업과 오래 함께한 필자는 스타트업 사업이 일몰로 결정된 이유를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유럽의 변방국가인 에스토니아는 인구 130만명의 작은 국가이지만 국가적 핵심사업으로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한 결과 매년 130개의 혁신적 창업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혁신적 대표국가로 우뚝 솟아있다. 그에 비해 인구 5000만명인 우리나라는 매년 300~500개 사이로 추정되는 창업기업 규모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의 지성인 서울대학교 앞은 고시촌으로 둘러쌓여 있는 반면, 중국 칭와대에는 수백개의 창업카페와 함께 매년 1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다.

우리가 정부의 혁신성장 분위기를 더욱 고취해 향후 10년 내로 기업가치 1000억원에 달하는 벤처를 1만개 만들면 그것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여전히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마중물 역할을 하고, 국가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중물 붓는 것을 아까워하다 샘까지 마르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좀더 신중한 검토를 통해 현재의 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R&D사업 일몰을 연장하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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