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하며 잠시 목을 축이고 있다./사진=뉴스1](https://thumb.mt.co.kr/06/2019/01/2019011615280170543_1.jpg/dims/optimize/)
여준형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젊은빙상연대 대표)가 15일 문화방송(MBC) 100분토론에 나와 한 말이다. 여 전 코치는 "메달을 따야 진학할 수 있는 한국의 특별한 구조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감독·코치 등 지도자들의) 체벌 강도가 쎄진다"라고 소개했다.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과 우선주의에 매몰된 엘리트체육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성적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엘리트체육과 직결된 체육특기자 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체육특기자 제도는 1972년 교육법 시행령에 '체육특기자 무시험 특별전형'을 두면서 시작됐다. 운동에 우수한 자질이 있는 선수가 상급학교에 진학할때 특례를 줬다. 전국대회나 국제대회 성적 등에 따라 대학 문을 열어 준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애초 취지는 퇴색했다. 학교는 엘리트선수 수급기지로 전락했고 학교는 운동부 선수들을 방치했다. 전문가들은 체육특기자제에 대해 "학생 선수들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됐고 대회 입상을 위해 훈련에만 전념토록 하는 토대가 구축됐다"며 "체육을 대입을 위한 수단으로 삼은 학부모가 생기는가 하면 지도자들 간 돈 거래나 승부조작 등의 부작용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엔 체육특기자제 폐지될까
체육특기자 제도와 연관된 비리가 터질 때마다 학계·교육계에서는 폐지 주장을 폈다. 대입에서 체육특기자제가 없어지면 중고교 체육특기자 제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경기도 소재 한 고교 운동부 교사는 "특기자 전형이 있으면 아무래도 선수 선발 과정에서 인맥이 동원되고 주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등 부정이 개입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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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특기자제 개선에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특기자 전형 폐지여부는 각 대학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다만 최근 잇따른 체육계 성폭력 폭로를 계기로 체육특기자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재검토 여지도 남아 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엘리트체육 대신 학교체육이나 생활체육 인프라 확대에 나서야 할 때"라며 "학교체육 진흥을 통해 인프라를 넓히고 지역사회의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통해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연계·보완이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체육계에서는 엘리트체육 시스템을 갑자기 폐지할 땐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이미 초·중·고교에서 체육특기자가 대학에 입학하고 지도자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며 "이번 성폭력 사태는 체육계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피해를 보는 학생선수들이 없도록 단계적·점진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 전 코치는 "엘리트체육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며 "체육계뿐만 아니라 교육계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 어린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좀 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