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성폭행 폭로 잇따라'…"너무 안이한 교육부" 비판 쏟아져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2019.01.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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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동부 감독·코치 전수조사 필요"…안민석 "학교 합숙소부터 폐지해야"

'고교시절 성폭행 폭로 잇따라'…"너무 안이한 교육부" 비판 쏟아져


미성년자인 고교생 시절 지도자들로부터 성폭행·폭행을 당했다는 운동 선수들의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학교 체육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학생 선수들의 성폭행·폭행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24)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1 때인 2011년부터 4년 간 유도부 코치로부터 20여차례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어릴 때부터 맞으며 큰 운동 선수들은 말을 못 한다"며 "(2011년 이후) 단 하루도 고통없이 시간이 흐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신씨는 지난해 3월 경찰에 코치를 고소했다. 이에 대해 유도 코치는 성폭행한 사실이 없으며 연인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선수 정효근(26)은 SNS를 통해 석주일 전 휘문고 코치(46)의 폭력행위를 폭로했다. 정 선수는 "(석 전 코치는) 휘문고 시절 엄청난 폭력을 가했던 폭력 코치"라고 했다. 석 전 코치는 당시 폭력을 휘두른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를 당한 선수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앞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22)는 고2 때부터 조재범(38·수감중)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고소했다.

이처럼 학교운동부에서 지도자들로부터 성폭행·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운동부 감독·코치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여성가족부장관 주재로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경찰청 관계자들이 만나 '체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논의했지만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용 교육부 체육예술교육지원팀장은 "비위나 폭력 등에 연루된 학교운동부 지도자에 대한 징계 요구 절차를 개선하고 체육 분야 지도자의 징계 정보를 학부모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신유용씨 성폭행 사안과 관련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교운동부 지도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는 자칫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교육계에서는 개별 사건별로 대책을 내놓기보다 근본적으로 학교운동부 단계에서부터 성폭력과 폭력에 대한 근절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소재 한 중학교 교장은 "최근 폭로된 사건의 시점과 장소가 학교였던 점을 고려하면 학교운동부 지도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는 물론 문체부와 보조를 맞춘 교육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징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린 학생 선수들에 대한 성폭력이나 폭력을 막을 내실있는 인성·예방교육도 이뤄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교운동부 합숙소 폐지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은 "성폭력의 온상인 합숙소에 대해 지난 2010년 국가인권위원에서도 폐지를 권고했다"며 "학교 안의 섬 합숙소를 지배하는 감독·코치는 학교장조차도 통제할 수 없고 학생선수들은 성폭력이나 폭행 등 어떤 인권유린에도 저항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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