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1만5000원" 日서점의 실험 한 달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1.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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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도쿄 롯본기에 체험형 서점 '분키츠' 문 열어
좌석 놓고 음료도 제공… "뜨내기 손님 없어 책 읽기 좋다"
출판시장 14년째 역성장… 분키츠 "객단가·구매비율 높아"

인스타그램에서 분키츠(#bunkitsu)로 검색한 결과 화면.인스타그램에서 분키츠(#bunkitsu)로 검색한 결과 화면.


출판시장 불황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종이책 판매액은 14년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서점이 최근 "입장료를 받겠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11일 도쿄 롯본기에 문을 연 서점 '분키츠'(文喫), 6개월 전 문을 닫은 유명 서점 '아오야마 북센터'를 개조한 것이다. 서점에 들어서면 앞쪽 공간에는 '잡지의 힘'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여기까지는 무료. 하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보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한다. 이곳의 입장료는 1500엔(약 1만5000원, 세금 120엔 별도)이다. 책 구매 여부와 상관 없이 내는 돈이다. 분키츠는 서점이지만 카페형 도서관처럼 구성돼 있다.

서점 내부는 책 고르는 곳, 열람실, 연구실, 식당 겸 카페로 구성돼 있다.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의 제한이 없어 손님은 문을 닫을 때까지 있을 수 있고, 아예 좌석이 배치돼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다. 커피나 차는 무제한 제공된다. 460㎡(약 140평) 면적에 좌석수는 90석, 책은 3만권이 있다.



/사진=분키츠 트위터/사진=분키츠 트위터
책의 배치도 일반 서점과는 다르다. 베스트셀러를 모아놓은 곳도 신간을 소개한 곳도 없다. 분키츠는 스스로를 "책과의 만남을 위한 책방"이라고 설명한다. 뻔한 책을 읽기보다는 생각지 못한 책과 마주하는 시간을 즐기라는 것이다.

자로 잰 듯이 책을 분류하지 않아 여행 책 옆에 인테리어 책이 놓일 때도 있다. 같은 책은 2권 이상 있지 않고, 책장에뿐 아니라 탁자 위에도 책이 쌓여 있다. 책을 검색하는 컴퓨터가 없어서 정 필요하면 입구 쪽 직원에게 찾아달라고 해야 한다. 3만권의 책은 서점 직원들이 선정한 것. 유명하지 않은 책들도 많다.

분키츠가 이처럼 색다른 서점을 낸 것은 출판 시장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종이책 총 매출액은 1조2800억엔으로 14년째 줄었다. 서점 수는 지난해 5월 기준 1만2026곳으로 2000년에 비해 45% 감소했다.


분키츠의 한 임원은 니혼게이자이에 "(이러한 서점이) 승산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도전이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러 언론을 통해 서점이 소개되며 만석이 되기도 하는 등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모습이다.

한 달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서점 측은 객단가와 구매 비율이 높아 한 손님이 10권 넘게 사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수익률이 20%가량인 책 판매 외에 상대적으로 수익률 높은 음식료를 판매하면서 더 높은 이익을 낸다는 분석도 있다.

이용자들의 평도 좋은 편이다. 한 손님은 "이용료 때문인지 뜨내기 손님이 없어서 조용히 책 읽기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프리랜서 작가는 "다른 사람이 읽던 책을 사는 것이 찜찜했지만 다행히 손상된 책은 없었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키츠 같은) 타깃이 한정된 체험형 서점은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고객층을 넓히는 것에 성패가 달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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