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강세장' 공식 깨져=역대 한국 증시에서 정부 출범 후 연차별 코스피 수익률을 계산할 경우 정부 출범 2년 차에 가장 높은 수익률이 나타났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김대중(59.7%), 노무현(8.9%), 이명박(38.2%), 박근혜(0.4%) 정부 2년 차에 코스피는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고 평균 수익률도 가장 높았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제로 제한된 임기로 인해 정부 정책이 특정 사이클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임기 1년차에는 정책의 방향성이 설정되고 2년차에는 정부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1~3년차에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역대 한국 증시에서는 정책 영향력이 2년차에 극대화됐고 이후에는 정책 영향이 약화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증시(다우지수와 S&P500 지수)에서도 정부 출범 후 연차별 수익률에서 2년 차 때 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2년차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를 두고 "증시 부진은 문재인 탓" "민심이 정권에 등을 돌리면서 개인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증시 부진, 문재인 대통령 탓?=하지만 2018년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6조5628억원을 순매수했다. "개미가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2018년 이후 1년 넘게 증시가 하락한 직접적인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8124억원, 3조3592억원을 순매도한 탓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부진이 현 정권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경제, 특히 중국 경기 둔화 영향이 더 크다고 봤다. 대외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성장성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부터 미국, 브라질 정도를 제외한 전 세계 증시, 중국과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 대만 증시가 하락했는데 이는 중국 경제 둔화와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저성장 문제가 맞물린 것"이라며 "증시 부진은 특정 정권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부변수와 성장성의 한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연평균 10% 성장세를 기록했다. 2000년대 이후 노무현 정부에선 4.5%로 떨어졌고 이명박 정부(3.2%), 박근혜 정부(2.9%)를 거치며 저성장 흐름이 뚜렷해졌다. 현 정권에서 증시가 부진한 이유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 아닌, 경제 자체에 내재된 성장성의 한계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한국 주식시장이 비슷한 하락 궤적을 그린 것은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모든 것이 대통령 탓"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나타난 고용쇼크와 코스닥 부진은 정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현재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 시장은 고용률이 급락하면서 내수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소비가 얼어붙은 것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를 줄이게 되고, 경제상황이 투자심리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