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소설 '웬델른'으로 가작에 당선된 김현재 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순전히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시공간 위에 SF답게 처음 보는 용어들과 과학적 소재로 무장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 심지어 이야기 중심에 있는 주인공들은 인간이 아닌 외계인과 외계 생물체다.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데도 묘하게 인간적이다.
본인의 작품이 묘한 매력을 가진 비결을 물었더니 작가로부터 돌아온 답이다. 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단어마다 신중을 기하는 모습에 그가 하는 모든 말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제야 무심코 지나쳤던 출품 원고 맨 앞장에 작가가 적어낸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육체 #감옥 #반려동물 #교류 #희망.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소설 '웬델른'으로 가작에 당선된 김현재 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김 작가는 "몸이 불편하거나 병이 있거나 신체적으로 힘들 때 사람들은 초인적인 힘이 생기길 상상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좌절하기도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떤 계기로 희망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은 후 한동안 방에 틀어박혀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듯한 생활을 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때 이야기의 씨앗이 심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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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델른'은 길지 않은 분량에도 작가의 세계관이 뚜렷이 드러난다. 묘사가 탁월해 모든 장면이 머릿속에 쉽게 그림 그려진다. 낯선 과학 용어가 나와도 술술 읽힐 만큼 필력이 돋보인다. 어려서부터 SF영화를 탐닉하고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영화감독을 꿈꿨던 시절들이 자양분이 된 셈이다.
만화에 심취했던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TV에서 신년 특선 영화로 본 '스타워즈'를 계기로 20~30대까지 쭉 영화에 빠져 살았다. 특히 SF나 판타지, 공포 장르의 영화를 좋아했다. 대학 시절 단편 영화도 만들었지만, 영화감독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이후 영화 관련 칼럼을 쓰거나 미국 그래픽노블 '엄브렐러 아카데미' 등을 번역하는 등 글 쓰는 일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영화를 할 때는 '픽션'을 쓰는 게 참 어려웠는데 막상 소설을 쓰고 보니 주변에서 시각적 묘사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영화를 공부하고 시나리오 작업했던 것이 헛된 건 아니었던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소설 '웬델른'으로 가작에 당선된 김현재 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사실 즉흥적으로 지은 건데 나중에 해석을 붙였어요. SF의 대외적 이미지는 '미래'지만 제가 글을 쓰는 시점과 독자들이 제 작품을 읽는 시점은 '현재'잖아요. 미래라는 틀 안에서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럭저럭 잘 지은 것 같나요?"
활달한 성격은 아니지만 자신의 글에 재미를 느끼고 오래도록 기억해주는 독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김 작가. 당장 올해는 작품집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을 차곡차곡 써놓는 게 목표다. 꿈(필명)보다 해몽(해석)이 더욱 매력적인 '현재' 작가의 '미래'에 나올 또 다른 '현재'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