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넷플릭스 꼼짝마' 콘텐츠 시장 뛰어든 ICT 기업들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김지영 기자 2019.0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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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업계는 콘텐츠 전쟁中-①]SKT·카카오·네이버 '콘텐츠 전쟁'

편집자주 "4G LTE(롱텀에볼루션) 시대 PC가 휴대폰으로 들어왔다면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TV가 폰에 들어올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국제가전전시회) 2019' 현장에서 영상 콘텐츠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영상 콘텐츠가 5G 시대를 이끌 킬러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앞두고 ICT(정보통신기술), 콘텐츠 산업간 빅뱅이 한창이다. '넷플릭스' 대항마를 꿈꾸는 ICT 기업들의 현황을 짚어봤다.

[MT리포트]'넷플릭스 꼼짝마' 콘텐츠 시장 뛰어든 ICT 기업들



#직장인 A씨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며 지루함을 달랜다. 주말에는 한 주간 못 본 드라마를 유료 결제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몰아보거나 넷플릭스 영화를 찾아 보는 게 낙이다. 지난해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신과 함께’. 원작인 웹툰으로 봤을 때와 또 다른 재미에 두번이나 극장을 찾았다.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이 ‘콘텐츠’ 시장으로 전장을 넓히고 있다.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를 단순 유통시키는 플랫폼을 넘어 제작·투자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콘텐츠의 질과 양을 끌어올리기 위해 M&A(인수합병)는 물론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다.



콘텐츠를 보기 위해 기존 TV를 끊고, 스마트폰·태블릿으로 기기를 갈아타며 다양한 OTT를 넘나드는 ‘코드커터족(Cord Cutters)’을 잡기 위한 행보다. 플랫폼 기업으로 시작해 과감한 콘텐츠 투자로 전세계 코드커터족을 빨아들이는 넷플릭스에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다.

◇ICT 기업 “It‘s Contents Time!”=“지금이 케이팝, 한국 콘텐츠 산업에 자본이 제대로 투하될 시점이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새해 벽두부터 콘텐츠 전쟁을 예고했다.



자사 OTT ‘옥수수’와 지상파 방송사 연합 ‘푹’ 통합법인 출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9’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5G 기반의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선보였다. 남의 콘텐츠를 단순 전송하는 ‘덤 파이프‘(Dumb Pipe)’에서 벗어나 5G 시대 콘텐츠와 서비스를 직접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자본이 콘텐츠 속으로 녹아들어 대작을 만들기 시작하면 콘텐츠 대국이 되는 사이클을 탈 수 있다”며 향후 콘텐츠 투자를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카카오는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며 콘텐츠 공룡으로 변모하고 있다. 콘텐츠 전문 자회사 카카오M의 신임 대표로 김성수 전 CJ ENM 대표를 영입했다. 김 대표는 방송, 공연 기획 등에 대한 탁월한 안목으로 CJENM을 지금의 글로벌 한류 콘텐츠 회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카카오M은 배우 이병헌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등 3개 연예매니지먼트사와 광고 모델 캐스팅 업체도 인수하며 100여명 이상의 연기자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우, 음원, 제작, IP(웹툰+웹소설) 등 충분한 인프라에 김 대표의 노하우까지 더해져 드라마 및 동영상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울 전망”이라며 “카카오M의 업계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는 지난해 권미경 전 CJ EN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영상콘텐츠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N’ 대표로 영입했다. 네이버 웹툰을 통해 확보한 원천 스토리와 지식재산권(IP)을 영화, 웹 드라마 등 동영상 콘텐츠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이 승패 가른다=ICT 기업들이 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서는 건 ‘원소스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의 힘 때문이다. 잘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 하나만 있으면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변화와 확장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을 타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메신저, OTT 등 플랫폼을 보유한 ICT 기업이라면 그 위에 콘텐츠를 얹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유료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줄고 있다는 점도 시장을 키우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은 그동안 TV 방송에 비용을 지불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이나 IPTV 등에서 원하는 시간에 맞춤형 콘텐츠만 골라 보기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서형석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미디어 생태계의 메기 효과를 유발하면서 생존을 위한 시장 참여자가 늘고 콘텐츠 생태계가 더 확장되고 있다”며 “플랫폼간 경쟁 심화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질과 양이 곧 경쟁력이 되면서 제작사의 수익모델이 확대되고 과거 대비 높은 콘텐츠 가치를 인정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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