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7살 수요집회…"일본 정부 사죄 그날까지"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19.01.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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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월8일 시작한 수요집회, 올해로 27주년…같은 해 태어난 1992년생 발언도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69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탈을 쓴 한 참석자가 '미안합니다'(すみません)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뉴스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69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탈을 쓴 한 참석자가 '미안합니다'(すみません)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뉴스1


"27년의 수요일, 할머니 고맙습니다."

1992년 1월8일 첫 발걸음을 뗀 수요집회가 27주년을 맞았다. 9일 열린 1369차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일본 정부에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받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날 낮 12시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369번째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특히 수요집회 27주년을 맞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밝힌 할머니 중 생존자는 25명. 이들은 건강 문제 탓에 오늘 수요집회에는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윤미향 정의연 대표는 "1992년 1월8일 수요시위를 시작했을 때 이렇게 수요시위 27주년을 기념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어느덧 27주년을 맞아 기념하면서도 오늘이 쓸쓸하고 아프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27년 동안 여러 무시와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은 할머니들의 고통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나"라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치기도 했다.

1992년 시작한 수요집회를 기념하기 위해 1992년생 참가자의 자유발언도 진행됐다. 김샘씨(27)는 "피해자 할머니들 덕분에 평화와 인권을 배웠고 예전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살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아낼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민주평화당 이름으로 아베 일본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공식 전달하고 오는 길"이라며 "개인은 국가의 부속물이 아니며 우리가 미래로 가려면 국가주의에서 벗어나 인권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2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정의로운 문제 해결과 피해자들의 인권, 명예 회복을 외쳤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그동안 △전쟁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7가지를 요구해왔다.

정의연은 "수요시위 초창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조차 부끄러운 일이라는 시선이 가득했다"며 "시간이 흘러 매주 수요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피해 할머니들은 부끄러운 존재가 아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미 누더기가 된 2015년 한일 합의 이행만을 요구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과 종교인 등 200여명은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하라" "일본 정부는 법적 배상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수요집회 27주년을 맞아 숫자 '27'이 적힌 초를 케이크에 꽂은 후 "수요일은 평화다"를 외치는 기념행사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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