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한 발행어음 여신을 개인에게 제공했다는 게 금감원 제재의 요지로,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금융위원회를 거쳐 제재가 확정되면 발행어음(단기금융) 사업 출범 1년여만에 나온 첫 사례인 만큼 증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TRS 거래에 관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및 제재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TRS는 주식 매각자와 매입자가 투자에 따른 수익과 위험을 나누는 파생거래다.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매각자가 보전하는 대신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갖는 방식의 구조다. 주식 소유권은 넘어가지만 평가이익과 손실은 여전히 이전 소유자가 보유하고 있어 파킹(parking) 등 TRS를 둘러싼 잡음이 있어왔다.
금감원은 주식매입을 위한 SPC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고, 돈을 빌린 사람은 결국 최태원 회장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영업 3개월 이내 일부 영업정지 등 기관 제재와 담당 임원 문책 등 중징계를 요청했다.
한국투자증권은 SPC를 통한 대출이기 때문에 법인에 대한 대출로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이다. 제재심 위원들은 지난달 20일 SPC를 통한 자금공여를 법인대출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으나 논의가 길어져 결론을 못 내고, 10일 회의로 넘겼다고 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증권회사 발행어음 사업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전제 아래 허용한 것"이라며 "우회 방법을 통한 개인 대출은 결국 은행도 하는 간접 금융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사업이 제재 기로에 서면서 당국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후발 주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발행어음 인가 과정에서 우려했던 개인대출 제재 첫 사례가 나오면 금감원의 심사 기준도 강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투자은행) 사업자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금감원에 발행어음 사업인가 신청을 내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