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최희연 "베토벤 음악과 나, 부부관계 같아"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9.01.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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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최희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새 앨범 발매, 31일 예술의전당서 5년 만에 베토벤 연주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베토벤 소나타 새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 및 쇼케이스에서 최희연이 앨범에 수록된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8일 오전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베토벤 소나타 새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 및 쇼케이스에서 최희연이 앨범에 수록된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베토벤의 음악과 저의 관계는 마치 부부(夫婦) 같아요. 사랑에 빠졌다가 익숙해지면서 지겨워지는 시기가 오고, 미워지다가도 어느 시점을 극복하면서 한 몸이 된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8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새 앨범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이날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힘을 준 베토벤의 음악에 본능적으로 끌렸다"며 "여러 소나타 곡 중에서 내 목소리를 나타낼 수 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4곡을 선정해 음반에 담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희연은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며 6세의 나이로 데뷔했다. 31세가 되던 1999년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프랑스 오를레앙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오랜시간 베토벤을 연구해온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사이클'을 2차례나 선보였다.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금호아트홀에서 선보인 베토벤 사이클은 전석 매진 기록을 남겼다.



데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이번 앨범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8번, 26번, 27번, 30번 등 4곡이 수록됐다. 8번 소타나 '비창'은 녹음을 진행했지만 시간 관계상 싣지 못했다.

최희연은 그래미상을 6회 수상한 프로듀서 마틴 사우어와 이번 앨범 작업을 진행했다. 베를린 필하모니 홀의 전속 조율사인 토마스 휩쉬도 참여해 완성도 높은 음반이 완성됐다. 베를린에서 진행한 녹음에 대해 최희연은 "정말 행복한 작업이었다"며 "스튜디오 환경도 정말 좋았고, 마틴 사우어는 나의 내면의 소리까지 듣고 이끌어내줬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베토벤 소나타 새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새 앨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8일 오전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베토벤 소나타 새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새 앨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그는 이번 수록곡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본사를 둔 뵈젠도르퍼 피아노로 연주했다. 일반적으로 연주하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외향적이면서 화려한 음색을 낸다면, 뵈젠도르퍼 피아노는 우아하면서도 깊이 있는 소리를 표현하기 때문에 이번 수록곡들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최적의 악기라고 판단해서다.


최희연은 4곡 중 녹음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곡으로 소나타 27번(작품번호 90)을 꼽았다. 그는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해서 제일 먼저 녹음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 곡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작곡한 곡으로 절망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최희연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베토벤 아벤트'를 연다. 아쉽게 앨범에서 빠진 8번 소나타 '비창'을 비롯해 26번 '고별'과 27번, 30번을 차례로 들려줄 예정이다.

"제가 오랫동안 베토벤을 연구하면서 찾은 키워드는 '숭고함'이에요. 현대에 와서 숭고의 의미가 많이 잊혀진 것 같아요. 베토벤은 '숭고의 미'를 끝까지 붙들고 있던 사람이고 자신의 음악에서 숭고를 추구하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이번 앨범과 공연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 역시 '숭고함'이고 관객들도 숭고의 아름다움, 숭고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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