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 靑 행정관에 불려나간 별(★) 4개, 커피값은 누가(?)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9.01.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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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방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청와대 전 행정관과 육군참모총장, 만남의 재구성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지잔해 12월 19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 육군을 선도할 우수인력획득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지잔해 12월 19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 육군을 선도할 우수인력획득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국방부에서는 별들이 제초작업 한다" 예비역들의 군 생활 무용담(?)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일선 부대에선 하늘같이 높아 보이던 군 장성들이 상급부대에선 '별 볼일' 없더란 얘기다.

육군 최고 책임자인 김용우 참모총장이 서른 네살 된 청와대 인사수석실 정모 전 행정관에게 불려 나간 사실이 논란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못 만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이를 보는 군인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사건의 재구성, 국방부 근처 카페로 나와라 = 청와대와 국방부 설명을 토대로 사건을 다시 구성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군 장성 인사가 한창이던 2017년 9월. 군 인사를 담당하던 정 전 행정관은 김용우 총장 측에 만나자는 연락을 한다. 당시 육군 대령으로 청와대 안보실에 파견간 심모 행정관을 통해서다.



그해 8월 육군참모총장에 취임한 김 총장, 그는 이 연락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취임 한달도 안된 상황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호출'이었다. 나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청와대 행정관이 (만남을) 요청해 총장께서 본인의 인사철학과 인사시스템에 대해 설명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소가 이상했다. 국방부 근처의 카페였다. 국방부가 있는 지하철 삼각지역 근처에는 음식점과 카페가 많다. 이들의 만남이 20분 가량이었다고 하니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군 인사 얘기는 없었다(?) = 청와대는 이들 만남에 대해 "개별 인사와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사수석실에 근무하는 청와대 행정관이 장성 추천권을 가진 참모총장을 만나는 것 자체를 군 인사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 전 행정관은 그날 군 장성들의 인적사항과 평가 등이 담긴 자료를 가지고 나갔다. 청와대는 "공식 문서가 아니고 정 전 행정관이 군의 인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만든 임의 자료였고, 육군참모총장을 만나서 논의·협의하기 위해 가지고 간 대화자료"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자료를 토대로 정 전 행정관과 김 총장이 얘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이 만든 자료라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직 인사가 비공식적인 세평이나 평가에 많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 전 행정관은 그가 작성했다는 '비공식 자료'를 분실했다. 김 총장을 만나고 나서 차를 세운 뒤 담배를 피우다 서류가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분실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료 분실사건'까지 겹치면서 둘의 만남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설명처럼 행정관이 육군총장을 못 만날 일이 아닐 수 있지만 30대 행정관이 50대인 총장을 '비공식'적으로 불러냈다는 사실은 '청와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공직자의 단면'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만남 자체에 문제가 없다 치더라도 계룡대에 있는 육군 총장을 행정관이 업무 편의를 위해 불러 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다 절차적인 만남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국방부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들, 커피값은 누가 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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