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이동원 대법관 서면조사…현직 대법관 최초

머니투데이 백인성(변호사) , 김태은 , 송민경 기자 2019.01.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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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현직 대법관·참고인 신분 고려해 소환조사 생략…답변서 사실관계는 인정

 이동원 신임 대법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8.8.2/뉴스1  이동원 신임 대법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8.8.2/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등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동원 현직 대법관(55·사법연수원 17기)을 상대로 서면 조사를 벌였다. 이 대법관이 담당했던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현직 대법관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3차장검사 한동훈)은 최근 이 대법관에 대해 서면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해산된 통진당 소속 의원들이 낸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대해 법원이 이를 다시 심리·판단하는 것은 권력 분립의 원칙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헌재를 상대로 사법부의 위상 강화를 꾀하던 당시 법원행정처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이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어떻게 이런 판결이 있을 수 있느냐. 법원행정처의 입장이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된 것이 맞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같은 내용은 검찰이 지난해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59·16기)을 구속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2016년 3월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6행정부에 1심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의 문건 등을 전달했다. 이때 항소심 재판장이 이 대법관(당시 고법 부장판사)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건넨 문건에는 "1심 판결은 우리 헌법 해석상 대법원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가 일반적·포괄적 사법권을 보유하고, 헌법 역시 재판의 준거규범이며 헌재는 헌법 제111조 제1항 각 호 열거 사항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심판할 수 있다는 점 등에 관한 이해가 전혀 없고, 헌재의 준입법적 권한 행사를 방기하였으며, 대법원의 권리구제의 길을 봉쇄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별도로 '통진당 소속 의원에 대한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위헌정당해산 심판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국회의원들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료도 전달됐다.


이 대법관은 자료를 전달받은 직후인 2016년 4월 법원행정처가 문건에서 제시한 대로 "정당해산결정에 따라 해산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권한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원심의 소 각하 판결은 법리상 잘못된 것이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함이 상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 대법관을 상대로 한 서면 조사에서 △통진당 소송 관련 판결 이전 법원행정처에서 소송 관련 자료를 전달받은 것이 사실인지 △자료 전달 외에도 대법원 수뇌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법원행정처의 검토 자료와 2심 판단이 동일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법관은 답변서에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재판 과정과 결과가 법원행정처가 건넨 문건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법관은 지난해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에 대해 법원이 심판권을 갖고 있다고 선언한 데 의미가 있다"며 해당 재판을 '자랑스러운 판결'로 꼽은 바 있다.

검찰은 이 대법관이 △직무를 수행 중인 현직 대법관인 점 △참고인 신분인 점 등을 고려해 직접 소환조사가 아닌 서면조사 방식을 택했다. 또 당시 판결이 재판장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였고, 직접적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 역시 서면조사의 근거가 됐다. 이에 따라 노정희·권순일 등 참고인 신분의 다른 현직 대법관들 역시 서면조사 형태로 조사가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검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 최근 김용덕·차한성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검찰은 오는 11일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대법원장 출신에 대한 소환조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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