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픽'…콕 집은 개성공단·금강산만 올랐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9.01.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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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건설 등 다른 남북경협주는 하락 …"힘빠진 테마, 대세 상승 기대하기 어려워"

'김정은의 픽'…콕 집은 개성공단·금강산만 올랐다


새해 증시 개장 첫 날 '개성 공단·금강산 관광' 관련 종목들이 상승 출발했다. 코스피가 1.5% 이상 떨어진 약세장에서도 지난 1일 ‘경제’를 강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경협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랐다. '남북경협' 테마를 강하게 이끌던 철도·건설 등 관련주에는 '김정은 신년사 효과'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김정은의 '픽'…콕 집은 개성공단·금강산만 올랐다=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남북경협 중에서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올랐다. 인디에프 (704원 ▲5 +0.72%)는 전 거래일(2018년12월28일)보다 8.37% 상승한 24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이에스티나 (2,010원 ▲5 +0.25%)는 5.79% 오른 5480원, 재영솔루텍 (637원 ▲4 +0.63%)은 4.93% 뛴 1065원을 기록했다. 신원 (1,300원 0.00%)(2.94%), 좋은사람들 (1,055원 ▼10 -0.9%)(2.77%)도 새해 첫 거래일에 상승 마감했다.

금강산 관광 대표기업인 현대아산은 장외시장(K-OTC)에서 19.17% 올랐다. 3만9900원으로 지난해 거래를 마무리한 이 종목은 2019년 첫 날 4만6000원으로 뛰었다. 금강산 리조트 운영사로 알려져 있는 아난티 (6,420원 ▼20 -0.31%)도 5.6% 올라 1만9800원을 기록했다.



반면 남북경협 테마 대표 종목인 현대로템 (34,400원 ▲100 +0.29%), 부산산업 (56,600원 ▼100 -0.18%), 대아티아이 (3,090원 ▲15 +0.49%), 현대건설 (33,250원 0.00%), 삼부토건 (2,000원 ▲7 +0.35%) 등 철도·건설주 등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철도주의 경우 4~5%대 하락하며 시장 평균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심지어 금강산 관광 독점사업권자인 현대아산 지분을 보유한 현대엘리베이 (41,450원 ▲700 +1.72%)터, 금강산 관광을 담당했던 세일여행사 지분을 보유한 일신석재 (1,068원 ▼17 -1.57%)도 주가가 떨어졌다. 직접적인 사업자와 지분만 보유한 종목을 가려낼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차분해진 셈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 배경은 '경제'와 '평화'를 강조한 전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다. '인민'(57회)에 이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경제'(37회)였다. 평화(25회)에 대한 언급도 크게 늘었다. 특히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며 구체적인 사업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협 프로젝트로 특정 지역(개성)과 사업(금강산)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투자보다 당장 실현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힘 빠진 경협테마…"상승랠리 제한적"=시장에선 지난해 상반기 증시를 달군 ‘남북경협’ 테마 파워가 다소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데다 당초 기대에 비해 사업 속도가 나지 않는 것도 주가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남북경협 사업은)시작할 때까지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남북경협 관련 종목들은 지난해 4~5월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일부 종목은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 났다.

전문가들도 남북경협 자체는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지난해와 같은 상승 랠리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경제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남북경협이 본격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며 "제재 해제를 위해선 남북보다 북미 대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면 남북경협주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대세 상승으로 추세 전환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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