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자사주 매입, 주가방어 효과는 엇갈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8.12.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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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자사주 매입공시 377건. 2012년 이후 최다

올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주를 통해 방어에 나선 기업이 많았기 때문인데, 정작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기업도 상당수로 집계됐다.



3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8년 상장사 자사주 매입 공시는 총 377건으로 2017년 289건보다 30%가량 급증했다. 지난 2012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자사주 매입 건수는 △2012년 269건 △2013년 239건 △2014년 312건 △2015년 280건 △2016년 321건을 기록했다. 2018년 3분기까지는 자사주 매입이 예전과 비슷한 수치였는데 10월 들어 시장이 급락하면서 자사주 매입이 급증했다.



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주식 장내매입도 이어졌는데 특히 12월에 지분확대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메리츠화재 (51,600원 ▼2,700 -4.97%), 지니언스, 피에스엠씨, LS, 케이맥, 셀트리온 (177,100원 ▲6,100 +3.57%), 루멘스, 에이치엘비파워, 에스넷, 쿠첸 등 100여개 기업 경영진이 주식을 사들였다.

자사주 매입과 경영진의 개인지분 장내매입이 진행된 기업은 주가가 다소 안정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NH투자증권은 2012년부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신고일 이후 수익률이 시장대비 2~3%포인트 높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자사주 매입신고 후 20거래일 이후에는 2.6%포인트, 60거래일 이후에는 3.6%포인트 가량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소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주주 지분이 증가하는 가운데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주가 흐름이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며 “단순한 주가 방어가 아니라 경영진이 기업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 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림지주나 경방, 매일홀딩스 (7,920원 ▲20 +0.25%), 태평양물산, 리드코프, 신한지주 (41,900원 ▲1,350 +3.33%) 등은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하락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전략이 상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은 보통 1년을 기본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단기에 매입을 마무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두고 조금씩 매입하는 사례도 있다.

자사주 매입이 진행되더라도 시장매물이 이보다 많은 경우, 자사주 매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례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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