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발표 직전 '이례적 친서' 왜?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8.12.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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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신년사 이틀 전 친서 "매우 이례적"…신년사 파격 제안 담을 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2018.9.19/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2018.9.19/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신년사 발표 직전인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로 연내 서울 답방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건 남북관계에 대한 '신의'를 강조하며 남북을 통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매해 1월 1일 발표하는 신년사엔 대남 메시지가 포함되는데, 굳이 여기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을 발표 이틀 전 별도의 친서로 전달한 건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례적 친서' 발송의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에 대한 신의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재의 국면이 더 악화되는 걸 막고 싶어하기 때문이라 해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친서를 보낸 표면적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됐기 때문에 자신의 이행의지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합의했고, 선언문에 명시되진 않았어도 사실상 연내였던 시한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려면 해가 바뀌기 전 해야 의미가 더 살아난단 설명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신년사 발표 직전 친서를 보낸 건 북한이 상황을 최악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이 자신들도 평화협력의 모멘텀 원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친서로 볼 때 서울 남북정상회담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보다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단 전망이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통해 미국과 대화하겠단 의지를 보인 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즉 전술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통해 미국과의 교착을 타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9월 평양정상회담 처럼 내년 초 서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심산이란 얘기다.

북미는 11월 초 북미 고위급회담 결렬 후 대화를 사실상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대화 테이블로 북한 유도하려 하지만 북한은 섣불리 대화를 재개할 경우 또다시 이견이 노출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걸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간 이견을 재확인하는 것 보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사와 상응 조치를 어떤 형식으로 할 지에 대한 자기 목소리를 내 미국을 압박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

특히 미중 무역관계에 얽혀 있는 중국이 자신들을 충분히 지지해 주기 어렵다는 인식을 북한이 가지고 있다면 북미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남북관계는 그만큼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 발표되는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전격적인 제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처럼 서울 답방과 관련한 파격적인 약속이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민 실장은 "신년사라는 중요한 발화 행위를 앞두고 굳이 직전 이 얘기 했다는 건 이례적일 뿐아니라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연초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한 약속을 신년사에 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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